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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조달·개발 묶어 '방사청 비리' 키운 꼴

입력 2014-11-21 20:30

80년대 도입 패턴 바뀌며 고위급 '방산비리'
90년대 '율곡비리' 특감, 로비스트 확인
방사청 출범 그러나 발목 잡는 '군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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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도입 패턴 바뀌며 고위급 '방산비리'
90년대 '율곡비리' 특감, 로비스트 확인
방사청 출범 그러나 발목 잡는 '군피아'

획득·조달·개발 묶어 '방사청 비리' 키운 꼴


획득·조달·개발 묶어 '방사청 비리' 키운 꼴


"방산비리의 깊은 골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방사청은 폐지돼야 합니다."

"어차피 국방획득제도는 없앨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간판으로 바뀌어 다시 세워질 게 뻔합니다. 오히려 관리 감독의 기능으로는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폐지가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제도 개선 및 강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13일,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탐사보도(이진곤 교수) 수업 강의실. 방사청 폐지론에 대한 찬반논란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잠시, 발제자의 방산비리의 변천사를 들어봤다.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 들어서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 기간에는 미군의 무기를 원조받거나 자주국방정책에 따라 무기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무기 도입이나 생산 과정의 비리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무기 도입 패턴이 해외구매 쪽으로 바뀌자 해외 군수업체의 권력층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이 개입된 방산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1994년 '율곡사업'에 대해 정부는 대대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이 국내 군수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건인 '율곡비리'는 대표적인 권력형 방산비리 사건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방안은 정당한 이유와 설득 과정 없이 번번이 무시되고 뒤집히기 일쑤였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P) 기종으로 경합을 벌였던 F-16과 F/A-18 전투기가 논란 끝에 F-16으로 결정된 것도 이 무렵이다.

노태우 정부 기간 발생했던 진해 해군 잠수함기지 건설 및 상무대 이전공사 업체 선정비리, 김영삼 정부의 CN-235 수송기 기종 결정 잡음, 김대중 정부 시절 터져 나온 해군의 킬로급 잠수함 도입 추진 비리 등이 권력형 부패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후 로비스트가 등장했다.

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뇌물이나 후원금 등을 제공받는 수법이다. 이양호 국방장관과의 염문설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린다 김은 그 시절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30여년의 군사정권 시절 성역으로 여겨졌던 군에 대한 파격적인 감사를 감행했다.

각종 속앓이로 2006년 노무현 정부는 방사청을 출범시켰다.

무기 구매와 군납 비리를 막고 민간 인력을 활용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은 '군피아' 때문이다.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장교들이 방사청에 근무하는 현역 후배 장교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토론자 김소연(29)씨는 "방사청은 개청 당시 국방부와 조달본부, 품질관리소, 국방과학연구소 등 8개 기관이 합쳐서 탄생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획득과 조달 부분에 품질관리소와 연구소를 합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외부기관의 검증을 사전에 봉쇄함으로써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꼴"이라며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 신지예(36)씨는 "무기 실명제 도입과 전문화, 문민화가 돼야 한다"며 "또 무기 개발 과정의 부실 문제와 관련해 선진국처럼 '진화적 개발'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진곤 교수는 "소리를 못 듣는 소나(Sonar), 엔진이 고장 난 전투기, 전투기는 최신인데 무기를 못 싣는다고 하면 이런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진 것"이라며 "방위사업 비리 혁신을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 집단을 육성해야 한다. '군 마인드'가 아닌 '사업 마인드', '과학 마인드'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군이 획득하는 무기 종류는 총 800여종이 넘는다. 부품은 70만 여종에 달하고, 여기에 관계된 국내외 군수 기업만 4000곳이 넘는다.

최근 만난 군 관계자는 "대형 사업이나 외국에서 도입하는 무기는 방사청이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전문 방산업체를 통해 구입하면 무기 등의 원가가 정립돼 있어서 투명성이 담보 된다"며 "방산업체는 외국 업체로부터 기술을 확보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국에서 무기도입 협상을 하려면 이것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이 해야 맞다. 군인들과 달리 방산업체는 부품 하나까지 다 알고 있다"며 "정부의 검증과 결재를 받기 때문에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훨씬 적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군 창설이 60주년을 넘겼다.

그동안 군은 방산비리의 근절을 위해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생들의 토론장에서도 역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무거운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방산전문가는 "국내 개발하는 장비나 부품, 무기에 대한 시험평가 과정에서 소요 군의 과도하고도 무리한 요구 조건이 결국은 성능 개량으로 이어지고 군의 전력화 지연과 예산 낭비, 소요제기 부실이라는 감사원 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도 선진국처럼 일단 기본적인 것은 개발하고, '블록 1-2-3'식으로 추가적이고 단계적인 업그레이드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산비리를 수사할 합동수사본부의 출범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15명의 수사 검사를 비롯해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 100여명의 수사 전문 인력들을 대거 사정에 투입하여 방위 산업 전반을 들여다 보는 계획인 만큼 이런 과정이 방위산업의 실질적인 성장통으로 이어질지는 우리 국민들이 다시 한번 관심으로 지켜봐야 할 때이다.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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