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다큐SHOW'는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그 후 3년, 원전으로부터 멀리 안전지대를 찾아 떠나는 '방사능 난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후 3년이 지났다.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의 영향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지만 일본정부는 여전히 걱정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후쿠시마 근방의 어업도 재개된 상태다. 정말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까?
우시마도의 굴 양식업자를 만났다. 그는 후쿠시마 인근 바닷가에서 양식업을 하다 해일에 의해 양식장이 파괴된 후 고향을 버렸다. 일본 정부의 발표대로 귀향한 후 양식업을 재개할 생각도 했지만. 자신의 상식과 양심상,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길러낸 수산물을 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오카야마의 바다에서 새로운 굴양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온도 다르고 해류도 달라 고전하고 있다.
또한, 돗토리 현 임시장터에서 카레행상을 하던 안자이 씨. 그는 어린 자식 그리고 아내와 함께 숲으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3년 전 원전폭발 직후 무작정 짐을 꾸려 가족을 살리기 위해 피난 온 그는 완전한 자급자족만이 방사능 오염에서 해방되는 길이라 믿고 있다. 전기도 물도 언제든 끊어질 수도,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만들어 쓰고 산속에서 길어 온 물은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양을 유지한다. 부부는 산속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산 식자재를 이용해 자연식 밥상으로 아이를 키우며, 난생처음 농사를 배워가며 깊은 산속에서 언제까지일지 모를 오랜 자급자족 삶을 준비하고 있다. 안자이 씨는 잘 나가는 요리사였다. 부족함 없이 살던 도시의 가족이 야생에서 살아간다는 건 불편하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런 피난 생활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를 건강히 키워내야 할 부모이기 때문이다.
도쿄에 살다가 오카야마로 피난 온 노리코 씨는 막 새집을 찾아 이사를 했다. 아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후 그것이 방사능 피폭과 관련된 증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바로 오카야마로 이주했던 엄마. 그 후 약 5개월간 집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마침내 새집을 찾았다. 그러나 어렵게 구한 집은 비좁고 생활은 팍팍하다. 물건을 둘 곳이 없어 여기저기 쌓아놓고 살고 있다. 깔끔한 일본인의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풍경들이 일상이 되었다.
도쿄에서 피난하는 것은 여전히 소수사람들의 지나친 건강염려증이라는 게 대다수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몇 주간 쉐어하우스에 살던 한 가족이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결정을 했다. 아이들이 개학을 했지만 등교를 하지 않자 학교로부터 퇴교처분을 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쿄에서 살던 동네에서는 아이 부모가 이상한 신흥종교에 빠졌다는 괴 소문까지 파다하게 퍼졌다 한다. 아이들 건강은 걱정되지만 더 이상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오명은 부담스럽기에,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 무거운 발길을 떼며 쉐어하우스를 떠나는 엄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꼭 다시 오카야마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다큐SHOW' 제작진은 취재 중 만난 방사능 이주민들에게 미래의 계획을 물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답은 그자신도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전의 삶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 했다. 이 긴 유랑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도, 도쿄로 돌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곳에 두고 온 집도, 떠나온 삶도, 잊은 지 오래라 했다.
JTBC '다큐SHOW' 후쿠시마 묵시록 2부 新 유랑시대는 8월 19일 화요일 저녁 7시 45분에 방송된다.
(JTBC 방송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