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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걸린 '의경 아들 순직'…영안실 떠나 현충원으로

입력 2021-06-01 20:27 수정 2021-06-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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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식을 10년 동안 병원 영안실에 두어야 했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아들이 다른 선임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었는데 경찰이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뒤에야 경찰은 이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습니다. 아버지는 10년 만인 오늘(1일) 아들을 현충원에 묻었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병원 영안실에 잠들어 있던 아들이 비로소 쉴 자리를 찾았습니다.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2010년 5월, 아버지 허모 씨는 아들이 의경으로 복무하던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아들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모 씨/고 허 이경 아버지 : 부모한테 보여주고 부모가 오케이해서 가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다 해버려가지고 우리 아들이 어딨냐 물었더니 안치실에서 꺼내가지고 보여준 거예요.]

담당 경찰은 아들 허모 이경이 우울증으로 3층에서 뛰어내렸고,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했습니다.

[허모 씨/고 허 이경 아버지 : 부검도 못 하게 하고…나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장례를 못 치른다. 납득을 나한테 시켜줘라.]

결국 3년 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고 나서야, 선임들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인천경찰청에 허 이경의 사망을 순직으로 다시 심사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9월 허 이경을 순직 처분했습니다.

[정윤하/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 망인은 이미 자대 배치를 받을 때부터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수와 낙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고 가혹행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밝혀졌죠.)]

가혹행위가 있었던 인천남동경찰서 직원도 안장이 이뤄진 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허모 씨/고 허 이경 아버지 : 군대 가서 장례를 치르는 그런 가정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아픔이 다른 가정에 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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