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 며칠 날이 건조하고 바람도 제법 세게 불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강원도에선 큰 산불이 날까 봐 마음 졸이곤 합니다. 지난 산불로 났던 피해도 다 수습을 하지 못했는데, 혹시 모를 불씨가 또 나올까 봐 예방 순찰도 더 꼼꼼하게 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 전체가 민둥산입니다.
흙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 큰불이 나면서 다 타버린 겁니다.
아래 주택가 보일러에서 시작된 불은 이렇게 산을 홀랑 태웠습니다.
당시 160만 제곱미터, 그러니까 축구 경기장의 220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탄 건데요.
지금은 이렇게 불에 탄 나무들은 모두 베어놨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까맣게 탄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헐벗은 산은 2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심고 있는 이 나무는 어린 소나무입니다.
2년 정도 자란 묘목인데요.
길이는 20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이 나무가 자라서 뒤에 있는 울창한 숲처럼 되기까지는 최소 30년에서 5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만 2천 그루의 나무를 심습니다.
[심석빈/삼척국유림관리소 영림단장 : 1.8(m 간격으)로 심어요. 심고 나서 5월에 비료 주기를 하고요. (이후) 풀 베기 작업만 5년 합니다. 여기 심는 거만 한 11만주 정도.]
산림을 복구하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갈 길은 멉니다.
날이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탓에 크고 작은 산불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엊그제도 삼척시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났습니다.
전기 불꽃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한층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사람이) 지키고 안 있다 보니까 불씨가 볏짚에 붙어가지고. 산이 가깝기 때문에.]
[안 태워요.]
아직도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곳이 많습니다.
[김차환/산불재난특수진화대 조장 : 자가적으로 처리하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불법 소각하게 되는데. 산에서 약 100m 이내에는 불법 소각을 못 하게 되어 있거든요, 산림보호법상.]
산 바로 아래 있는 기도터도 집중적으로 단속합니다.
[(뭘 태우는 거예요?) 원래는 여기서 나오는 잡동사니 같은 거 있잖아요. 지금은 밑으로 다 배출해서.]
사찰 등에서 사용하는 촛불도 산불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찰 관계자 : 촛불은 괜찮아요. 염려 안 하셔도 되는데. 저희가 수시로 하기 때문에.]
드론을 활용한 단속도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양옆으로 산이 인접한 지역은 산불 취약지역으로 분류가 됩니다.
작은 불씨라도 날아가서 산으로 번지게 되면 큰불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드론을 활용해서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화면에 보시면 앞쪽 마을을 단속을 하고 있는데요.
도로가 좁기 때문에 큰 차가 들어가기 어려워서 이렇게 드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매년 4월이면 강원도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또 다른 화마가 찾아오진 않을까 불안해합니다.
지난해 대형 산불이 났던 지역은 아직 그 상흔이 아물지도 않았습니다.
불에 탄 산만큼 사람도 병들었습니다.
[최순영/강원 강릉시 천남리 : 후유증이라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약이 서랍에 가득 있어요. 밤으로는 잠이 안 와가지고요. 잠 오는 약을 몇 년을 계속해 먹고 있어요. 그거 안 먹으면 못 자요.]
하지만 보상 문제는 아직도 진전이 없습니다.
정부가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한전에서도 보상금을 다시 조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장현/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 : 한전은 60% 이상 법률적으로나 모든 게 지급할 게 없다, 그러니까 이 이상 더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가시라. (그런데다가) 구상권 청구소송을 해야 되는데 정부가. 몇 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삶은 이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농사는 다시 시작됩니다.
[함광식/강원 강릉시 천남리 : 저쪽 밭에는 감자 심고 했는데 아직 못 하고 있죠. 밭도 갈고 해야 되는데. 그냥 쌀이나 뭐 사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나무가 없는 민둥산에도 새봄은 찾아왔습니다.
올봄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 주민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화면제공 : 삼척국유림관리소)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