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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찬성 쪽'은 필리버스터 하면 안 된다?

입력 2019-12-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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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을 두고 벌어진 '무제한 토론'

[권성동/자유한국당 의원 : 무제한 토론은 그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만 행사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찬성하는 의원에게 무제한 토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찬성 쪽'은 '무제한 토론' 하면 안 된다?

[기자]

선거법 통과를 앞두고 지금도 국회에선 무제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죠.

그런데 법안에 반대하는 한국당에선, '법안 찬성 쪽인 민주당까지 무제한 토론 발언자로 나서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이런 주장이 나왔습니다.

[앵커]

바로 이가혁 기자와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필리버스터는 반대하는 쪽의 특권이다, 그러니까 찬성하는 쪽에다가는 무제한 토론 발언 기회를 주면 안 된다, 사실입니까?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필리버스터는요, 반대하는 쪽의 특권이다 이런 말이 오늘(24일) 많이 나왔는데 찬성이든 반대든, 또 다수든 소수든 무제한 토론 발언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CG를 보면서 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국회법에 나온 일반적인 토론 관련 조항을 먼저 보시죠.

원하는 의원은 이렇게 의장에게 발언 신청서를 내서 통지를 하면 됩니다.

의장은 반대의견-찬성의견 순서로 보통 15분씩 발언 순서를 짭니다.

그 바로 나오는 아래 조항을 보면요.

무제한 토론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시간 제한 없습니다.

안건 하나에 대해서 의원 한 명당 한 차례만 발언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이렇게 여러 원칙이 있는데 어디에도 반대 쪽만 참여할 수 있다거나 또는 찬성 쪽 의견은 참여할 수 없다, 이런 조항은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흔히 '필리버스터' 하면 미국 의회에서 법 통과 안 되게 막으려고 몇 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라는 식의 보도로 익숙하잖아요. 찬성 쪽에서 발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단, 그 이유도 좀 같이 따져 볼 필요가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상원의회에서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는요, 반대 쪽이 장시간 연설을 회기가 끝날 때까지 쭉 하는 데 성공을 하면 그대로 법안이 폐기가 됩니다.

원칙상 발언하는 내용에도 제한이 없어서요, '순수한 고의 지연 전략이다' 이렇게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의 무제한 토론은 다릅니다.

그 다음 회기에는 무조건 표결을 해서 결론을 내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정해 놓은 이유는 국회법해설서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하기 전에 소수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

그러니까 사안에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잘 들어주기 위한 제도는 맞긴 한데, 다 듣고 나서 표결은 한다는 겁니다.

식물국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그런 취지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법이 보장한 지연 전략이기는 한데 무한정 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니까 소수 반대파는 정해진 기간 안에 말로 다수 쪽 여론을 돌리라 이거죠?

[기자]

네, 시간을 줄 테니까 설득을 해보라 뭐 이런 취지인데요.

그래서 발언할 수 있는 그 내용 자체도 해당 사안, 해당 법안에 관련된 것만으로 제한을 해 놓았습니다.

지난 2016년 2월에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던 그 필리버스터 때로 좀 상황을 돌이켜 보면요.

당시에 다수파 찬성 측이었던 새누리당 측 내부에서도 우리 찬성 토론을 좀 해보자, 국민들한테 찬성 내용을 좀 알려보자 이런 취지로 발언을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내에서 '민주당만 도와주는 꼴이다'라는 그런 의견 때문에 결국 무산이 됐습니다.

한 번 의견 들어보시죠.

[김정훈/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2016년 2월 23일) : 고의적인 방해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기에 우리가 동참을 해서 찬반 토론을 할 그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야당이 그냥 방해 행위를 하도록 놔두고…]

그러니까 당시 다수파의 무제한 토론 참여가 가능한지 여부 자체는 논란거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당의 전략적인 판단의 영역이었던 것이죠.

이후에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에 자신들도 패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라는 책을 썼는데요.

당시에 필리버스터를 손가락질만 할 것이 아니라 찬성 측 토론자도 참여를 해서 그러니까 찬성 측 의견도 토론자로 참여를 해서 법 통과 내용 필요성을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설명을 했어야 했다.

이런 외부의 비판 목소리를 싣기도 했습니다.

정리를 하면 이번 회기는 한국당 반발 속에 내일 자정이면 끝나도록 짧게 정해졌죠.

그러니까 이번 무제한 토론 시효도 짧습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모두 자신들의 발언 시간으로 쓰고는 싶겠지만 이게 법적 근거가 있다거나 보장된 특권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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