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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요구 vs 한일 관계'…정부, 화해치유재단 처리에 고민

입력 2018-09-04 15:21

피해자 측, 해산촉구 본격 행동…해산 시 日 반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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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해산촉구 본격 행동…해산 시 日 반발 가능성

'피해자 요구 vs 한일 관계'…정부, 화해치유재단 처리에 고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으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이 발족 2년여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약 100억 원)을 전액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안이 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3일부터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가졌다.

정부가 재단의 존치와 해산 사이에서 결단의 압박을 받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아직 재단에 대한 방침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조속히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단의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방침이 결정된 바는 없으나 사업이 중단된 점을 고려하고 피해자 할머니들 의견을 수렴해서 가급적 연내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재단 관련한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출범 이후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약 100억 원)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해왔다.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재단은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다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작년 말까지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기능 중단 상태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재단 해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재단을 해산하면 일본 측은 사실상의 위안부 합의 파기 수순으로 받아들이며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비춰 위안부 합의가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일본 정부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런 연장선에서 정부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재단의 해체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더욱이 올해는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채택 20주년으로 정부는 이를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일 정상간 '셔틀 외교' 복원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월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터라 정부로서는 재단의 향배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화해·치유 재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존치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민법에도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재단을 해산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대일정책의 명확한 방침을 세워야 할 때"라며 "재단을 없애기보다는 그 취지를 살려서 한·일간의 별도 합의로 새로운 형태로 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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