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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람답게…" 대학병원 노동자들의 절규

입력 2014-12-10 21:22 수정 2014-12-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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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신후 기자가 매일 이 시간에 전해드리는 밀착카메라, 오늘(10일)은 좀 기막힌 현장입니다. 얼마 전에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알려지면서 사회 문제로 커진 적이 있죠. 최근엔 비슷한 처지의 마트 노동자들을 다룬 영화가 개봉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단지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요. 지금 같은 요구를 하면서 바닥에 나앉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그런 건지 김관 기자가 밀착 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 경북대학교 병원 앞입니다.

고객들과 환자들이 주로 드나들던 주 출입구 앞에는 지금 이렇게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요.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현재 이곳으로는 드나들 수 없다는 문구만 붙어 있습니다.

도대체 이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곳곳에 붙은 파업 관련 대자보.

병원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근무 여건에 대해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

병동 건물 1층 뒤편으로 와봤습니다. 대소변 검사실이 있어서 지금 보면, 소변검사 하실 것을 가져다 놓으시고 계시는데 이렇게 각종 소변들이 놓여 있고, 바로 그 옆으로 이동해보면 자동문 너머로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화장실과 대소변 검사실 사이, 비좁은 공간 안에 청소 노동자들이 쉬는 쉼터가 있습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여기 앉았습니다. (여기가 그나마 조금 따뜻해서요?) 네.]

대소변 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섞여 진동을 합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유일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수단이 이 난방구라고 합니다.

밥이 좀 놓여 있고요.

문제는 워낙 낡고 파손되다 보니 조금만 힘을 줘도 이렇게 부서지는데,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모터와 팬 때문에 손을 크게 다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오늘도 그 위에서 위태롭게 끼니를 해결합니다.

다른 청소 노동자들은 어떨까.

이번엔 병동 위층 한구석입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 환자복, 오염된 것, 폐기물, 피 묻은 것, 피가 철철철 흐르는데. 한번 봐 보세요. 청소하는 노동자들이라고 이렇게 해놓으면 안 되죠. 이게 무슨 개인 병원입니까. 나라가 하는 국립대 병원인데 자기들은 여름 되면 에어컨 팍 틀고, 겨울 되면 따뜻하게 있지요.]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병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차 요금 정산소입니다.

요즘 같은 계절이면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씩 근무를 서고 있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추운지 확인하기 위해 여기 안에 온도계를 몇 시간째 둬봤습니다. 지금 화면에 잡힐 텐데, 약 7~8도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회사 측은 마땅한 온열 기구 하나 설치해두지 않았습니다.

[주차요금소 근무자 : (난로는 왜 없는 거예요?) 안 해주니까 없죠. 원래 있었는데 위험하다고 (회사 측에서) 치웠어요. (난로 때문에) 과부하 되면 주차 정산이 나갈 수가 있으니까요.]

다시 병원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접수 수납 창구는 평소 같으면 사람과 직원들로 북적였을 텐데, 오늘은 한산하고 빈자리도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맞은편 병원 로비에는 직원들 수백 명이 모여앉아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 외치는 구호, 어떤 주장을 담고 있는 건지 들어보겠습니다.

[김대일/경북대병원 방사선사 : 건물만 번쩍이게 지을 것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의료진부터 채워넣는 게 제대로 된 공공의료이고…]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2천5백억 원이 투입되는 병원 신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결국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

병원 측은 이미 근무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박명규/경북대병원 총무과장 : 조금씩 조금씩 (개선이) 됐었습니다. 지금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계신 공간도 몇 년 전에 개선이 된 공간이고요. 조금씩 변화되는 중입니다.]

지금 이 병동만 하더라도 간호사들로 북적여야 할 공간이 파업 참가로 인해 각종 기계들마다 포만 뒤집어씌워져 있을 뿐 운영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완전히 병동이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이런 도구함과 밀대도 고스란히 방치돼 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병실 역시 썰렁하기만 한데요.

병원 근로자들에 대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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