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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품질검사제' 곳곳 허점…허위 성적서 대거 적발

입력 2015-08-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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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허점 투성이인 정부의 식품 안전 인증 체제. 그 뒤에는 업체들에게 스스로 품질 검사를 하도록 맡기는 이른바 셀프 검사, 셀프 보고 제도가 있었습니다. 또 업체와 인증기관과의 은밀한 거래 역시나 없을 수 없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떡볶이용 떡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송학식품의 홍보 영상입니다.

위생적인 제조 공정을 내세웁니다.

실제 송학식품은 2013년 정부의 식품안전관리 인증인 해썹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해썹 인증 이후 대장균 초과 검출 등으로 8번이나 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학식품은 이렇게 대장균이 검출된 떡을 지난 2년 동안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송학식품이 해썹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자가품질 검사제도가 있었습니다.

자가품질 검사는 음식에 납과 같은 중금속이 들어 있는지, 세균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는지 등을 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해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위생과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업체는 즉시 식약처에 보고하고,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회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송학식품은 대장균 양성 반응을 음성으로 바꾸는 등 자가품질검사 서류 자체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가품질 검사제도를 악용한 건 송학식품만이 아닙니다.

최근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대장균 시리얼, 가짜 백수오도 모두 자가품질 검사를 거쳐 시장에 유통됐습니다.

올해 초엔 자가품질 검사를 위탁받은 식품위생 검사기관 수십 곳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수십년 동안 허위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고 '부적합'을 '적합'으로 바꿔준 겁니다.

수사 결과 최근 3년 동안 발급된 가짜 성적서만 무려 8만 3000여건.

수법도 다양했습니다.

한 기관은 검사 의뢰를 받은 식품에서 세균 수가 기준치를 넘자 업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다른 깨끗한 샘플을 받아 통과시켰습니다.

식중독균 검사 의뢰를 받은 한 기관은 식품 포장을 아예 뜯어보지도 않고 적합 판정을 내줬습니다.

검사 의뢰 권한을 가진 식품업체들이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주홍 회장/한국식품위생검사기관협회 : 수수료 낮춰주고 빨리해주고 하니까 오히려 지금은 제조업자가 갑이고, 어떻게 보면 검사기관은 슈퍼 을이죠.]

이 때문에 불법을 당당히 요구하는 분위기입니다.

[검사기관 전직 연구원 : 당연히 적합으로 내주시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는 대표도 있고요. 절차대로 해야 한다고 하면 다른 기관은 해주는데 여기는 왜 안 해주느냐고.]

식품업체와 인증기관의 은밀한 거래는 이른바 '식피아' 논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식약처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고위직의 90% 이상이 유관 기관과 단체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전체 24명 가운데 5명은 한국식품관리인증원, 축산물안전관리 인증원과 같은 안전검증기관으로 재취업했습니다.

송학식품도 식약처 고위직 출신 김모 씨가 2012년 이 회사 품질안전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해썹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송학식품 관계자 : (식약처에 계시던 분이 송학식품으로 와서 해썹 인증 빨리, 쉽게 됐다는 이야기가…) 식약처 출신이나 농림부 출신이나 모든 기관에 얼마나 많아요. 다만 공교롭게 그분도 상당히 운이 없는 거죠.]

문제가 불거지자 식약처는 검사 결과를 즉시 온라인에 등록하게 하는 등 자가품질검사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제 수단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김태민/변호사 : 외국 사례처럼 판매금액 두세 배, 열 배로, 회사 존립이 위험해질 정도의 처벌을 준다면 사전에 시키지 않아도 업체들이 알아서 할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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