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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허 일병 사망 사건' 재심 청구 기각…사망 원인 '불명'

입력 2016-12-29 16:28

허 일병 유족이 낸 재심청구 받아들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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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일병 유족이 낸 재심청구 받아들이지 않아

대법 '허 일병 사망 사건' 재심 청구 기각…사망 원인 '불명'


대법 '허 일병 사망 사건' 재심 청구 기각…사망 원인 '불명'


군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타살 의혹이 제기됐던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9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허 일병 부모는 앞선 대법원 판결이 조작된 증거로 내려졌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허 일병 부모가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인정에 관한 것이어서 법률심인 상고심 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 제451조1항 제6호에서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나 위조됐을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심을 맡는 대법원은 사실 문제를 판단하는 사실심 영역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어 '증거가 조작됐다는 주장'만으로는 재심 청구 사유로 삼을 수 없다.

'허 일병 사망 사건'은 1984년 4월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이 M16 소총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이다.

당시 군은 허 일병의 사망원인을 자살로 결론냈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허 일병은 술에 취한 중사가 쏜 총에 맞고 타살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같은 해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재수사를 통해 "자살한 것이 맞다"고 거듭 밝혔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후 유족들의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자살과 타살 공방은 계속돼 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0년 2월 "허 일병이 1발의 총상을 입어 사망했고 누군가 시신을 이동해 양쪽 흉부에 2발의 총을 쐈다"며 "소속 중대장과 중대원들이 사건 발생 당시 경위와 현장을 은폐·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2심은 1심과 달리 타살이 아닌 자살로 결론을 내리면서도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허 일병의 부모에게 이례적으로 위자료 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허 일병의 시신이 이동되지 않은 점 ▲3군데 총상에서 생활반응이 나타난 점 ▲핵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실제 M16 소총으로 여러번을 쏴 자살한 사례가 있는 점 등을 자살의 근거로 꼽았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9월 허 일병의 사망 원인에 대해 "타살 또는 자살인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고 최종 판단했다.

다만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가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에 있다고 보고 국가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대법원은 "헌병대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고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로 인해 현재까지도 허 일병의 사망이 타살에 의한 것인지 또는 자살에 의한 것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조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허 일병이 사망한 당시에만 수집할 수 있는 현장단서에 대한 조사와 부검 등이 철저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망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들과 이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만으로는 허 일병이 소속 부대원 등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허 일병이 폐유류 창고에서 스스로 소총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고 직후 허 일병의 아버지 영춘씨(76)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모로서 도저히 자살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들의) 시신이 '자살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백히 말해주는데도 대법관조차 진실을 외면해 절망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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