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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입력 2016-05-02 22:09 수정 2016-05-0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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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눈송이 모양. 청결과 건강을 의미하는 이 마크는 일본의 유키지루시 유업을 상징했습니다.

이 회사는 일본인의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던 업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몰락은 순식간이었습니다.

16년 전인 2000년에 이 회사의 우유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는데 책임을 져야 할 회사는 그저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입니다.

잠시만 버티면 될 것이라 여겼던 기업의 판단은 빗나갔습니다.

소비자의 대대적인 불매운동과 겹쳐진 몇 가지 악재로 인해서 기업은 파산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더 되돌려 1955년으로 올라가면 전혀 다른 얘기가 펼쳐집니다.

같은 유키지루시의 유제품을 먹고 무려 9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당시 유키지루시는 즉각 사과하고 식품 전량을 회수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았습니다.

2000년과 1955년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는 옥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옥시 살균제의 피해자는 총 178명.

5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회사는 한창 자사의 제품이 문제가 됐을 때 임직원들이 단체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실시했던 연구 결과를 황사와 미세먼지 탓으로 둔갑시켰습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는 전 제품 1+1 판촉행사까지 가졌습니다.

오늘(2일) 있었던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은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 받았고, 기자회견장은 피해자들의 원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2000년의 유키지루시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아주 냉정하게 살펴보면, 우리에겐 불매운동에 관한 한 성공의 기억이 없습니다.

갑의 횡포와 경영권 분쟁의 사나운 꼴을 보인 롯데는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그 불매운동 기간 중에 롯데마트 매출이 오히려 4% 증가했고, 역시 갑질 논란이 있었던 남양유업도 한 분기만 적자였을 뿐 결국은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빨리 잊거나, 혹은 빨리 잊고 싶어 하는 걸까요?

그리고 기업들은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걸까요?

그래서 옥시의 책임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옥시 문제에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던 정부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2000년의 유키지루시의 소비자가 되지 않는 이상 옥시 역시 1955년의 유키지루시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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