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라면서 혹시 지갑을 잃어버린 적 없느냐며 뭔가 아는 것처럼 물어오면 어떨까요. 이런 수법에 걸려든 70여명에게서 13억 원을 뜯어낸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류정화 기자입니다.
[기자]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됐다며 대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보이스 피싱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A씨/피해자 : 근데 왜 검찰에서 이런 전화가 오죠?]
마치 준비한듯 답변이 돌아옵니다.
[A씨/피해자 : (피해자 명의로 된 통장을 OO라는 사람이 대포통장으로 사용했어요.) 아 진짜요? (지갑 잃어버린 적 있어요, 본인 거?) 지갑 잃어버리긴 했는데, 한 한 달 전에…]
속아넘어간 사람에게는 통장에 있는 돈을 보내라고 합니다.
[B씨/피해자 : 절대로 (전화를) 끊어선 안 되고 절대 (주변에) 말해선 안 된다. 두세 시간 동안 전화를 한 번도 안 끊고…]
경찰은 이런 수법으로 74명에게서 13억 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원 46명을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중국 허베이성의 친황다오시에 거점을 둔 '홍주파'라는 조직의 일당이었습니다.
상담원들은 모두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이었습니다.
고수익 알바라고 광고해 20대 한국인을 모은 뒤 거의 감금 상태로 일을 시켰다고 합니다.
'조선족에게 충성하라'는 등의 행동 강령을 만들고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경찰은 도망쳐 나온 상담원들의 신고를 받고 4개월 동안 추적한 끝에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