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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환경'은 언제?...오스틴 "시간 걸릴 것"

입력 2021-03-18 15:08 수정 2021-03-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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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지난 8일 시작된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오늘 종료됩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늘 오후까지 훈련을 모두 마무리한 뒤 내일 이번 훈련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야외 기동 훈련 없이 지난해에 이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연합훈련의 규모와 기간도 축소됐습니다. 양국 장병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 참가 규모도 크게 줄이고 지휘소를 분산 이용하는 방법도 택했습니다.

◇한미 국방장관 "연합훈련 성공적으로 이뤄져"
이번 훈련에 대해 한미 양국 국방 수장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제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연합훈련이) 성공적으로 잘 이뤄졌다"면서 "훈련이 잘 되게 한 서 장관의 리더십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지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트럭과 헬기가 세워져 있다.올해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지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트럭과 헬기가 세워져 있다.


◇전작권 전환 검증 빠진 훈련...우리 정부·군 입장에선 아쉬움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 당국 입장에선 이번 훈련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훈련에 이어 이번에도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 두 번째 관문의 문을 두드려 보지도 못한 상태인 겁니다. 다만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령부 주도의 전구(戰區·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 작전 예행연습을 일부 실시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번 전반기 연합훈련에서 2단계 FOC 검증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축소된 훈련 규모 때문이라고만 볼 순 없습니다. 조기 전환을 바라는 우리 정부와 달리 '조건을 더 깐깐히 평가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거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고 핵·미사일이 더 고도화 되는 상황에서 한국군 대응 능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미국의 평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스틴 미 국방 "조건 충족, 시간 걸릴 것"
이런 미국의 기조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 오늘 나왔습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오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무·국방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 겁니다. "전환 과정을 통해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지만 방점은 앞에 찍혀 있었습니다.

오스틴 장관이 말한 조건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1)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2)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3)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의 관리

쉽게 말해 한국군이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거나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동시에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안보환경이 안정적으로 마련됐다고 판단될 때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 국무·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 두 장관이 줄곧 한 이야기가 북한과 중국의 위협입니다. 오스틴 장관은 어제 "중국과 북한의 전례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고 오늘도 "중국은 미국 국방부 입장에서 장기적 도전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세 번째 조건,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종료된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에서 하지 못한 FOC를 하반기 훈련 때 검증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국무·국방 장관 간의 2+2 회담에선 이 같은 내용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해 안에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고 빠른 시일 내에 전작권 전환 시기를 확정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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