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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세금 쏟아 지어놓고…버려진 '드라마 세트장'

입력 2017-10-17 22:22 수정 2017-10-18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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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드라마를 찍었던 세트장도 덩달아 관광 명소가 되곤 했지요. 거액의 세금을 들여서 세트장을 끌어왔던 곳들, 지금 모습은 어떨까요.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배로 10분 정도 떨어진 무의도입니다.

해변 한쪽에는 노란색과 흰색으로 칠한 집이 눈에 띄지만, 실제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닙니다.

이 섬의 해수욕장에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지어진 세트장이 몇 채 있는데요.

그중에 이 앞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은 지난 2007년 방송된 한 드라마의 세트장입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면서 위쪽의 페인트는 벗겨지기 시작했고, 아래쪽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막아놨습니다.

입구 앞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띠가 둘러져 있고요.

문에는 '안전진단 결과 불량 판정을 받았다'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인천 중구청이 드라마 제작사와 손잡고 이 세트장을 만든 건 2007년 9월입니다.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로 예산 9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관람객이 뚝 끊기면서 무료입장으로 전환했고, 결국 2011년 전격 폐쇄됐습니다.

지난 6월 정밀안전진단에서는 긴급보강이나 철거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년 상반기쯤 허물 예정입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 : 초기에는 이제 이목을 끄니까 많이 오시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래도 방문객이 줄어들겠죠.]

지자체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주민 : 그걸 다 부숴버리면 여기 오신 손님들이 구경거리도 부족한데…그거마저 또 부숴버리면 와서 뭘 하겠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드라마 세트장들은 제작 여건상 빠르게 짓고 허물 수 있는 임시 건물이 대부분인데 오랜 기간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손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떨어지고 갈라진 발판을 딛고 올라가면 철거를 앞둔 세트장 옆 또 다른 세트가 나오는데요.

목재 바닥은 곳곳에 구멍이 뚫려서 다칠수도 있고요, 대부분의 세트장들이 가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창틀이 흔들리는 것처럼 훼손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눈앞의 효과만 보고 만들었다가 관광객이 줄면서 자취를 감춘 곳도 많습니다.

지난주부터 철거가 시작된 이 세트장은 군청이 총 25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다 최근 가까스로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철거 공사 직원 : 모양새만 내기 때문에 세트장이다 보니까. 겉모양새는 멋있는데, 안에는 전부다 그냥 얇은 거 갖다가…]

2000년대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촬영지는 안내판 하나만 남긴 채 주차장과 탈의실로 변했습니다.

[군청 관계자 : 관광에 대한 어떤 이슈도 있고 해서 효과도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지나면서 이제는 많이 잊히고 그러니까…]

오래전 끝난 드라마 세트장만 버려진 건 아닙니다.

지난해 초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였던 송도 석산은 안전 검사에서 D등급을 받으면서 사실상 폐쇄된 상태입니다.

관리를 맡은 인천관광공사 측은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들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 : 이제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된 거죠. 지금은 여러 가지 검토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관광객 출입은 통제하는 쪽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5년 전국의 주요 촬영장 27곳을 조사한 결과, 매년 1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건 5곳에 불과했습니다.

27곳 촬영장 건립에 모두 95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인천 무의도를 포함한 5개 촬영소는 연간 관람객이 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장의 관광 수입과 홍보 효과만 노린 세트장들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혈세 낭비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계획과 철저한 관리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박재현·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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