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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끝낸 논에 '공장 폐유'?…'늑장 조치'에 피해 확산

입력 2018-05-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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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모내기를 이미 끝냈는데, 폐기름이 흘러들어와서 허탈해져버린 농민들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근 공장에서 유출이 됐습니다. 피해가 없으려면 조치가 빨리 취해졌어야했는데, 곧바로 관할 기관에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진천군의 한 마을입니다.

벼농사를 위한 모내기가 끝난 지 불과 열흘밖에 안 됐는데요.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모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물이 지저분합니다.

투명한 컵으로 떠보면요, 녹조와 각종 불순물이 떠다니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된 이유가 기름이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뿐만 아니라 1만 5000평 정도가 이런 상태라고 말합니다.

길 건너편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벼가 심어진 땅을 퍼올리자 오염된 흙과 죽은 물고기가 나옵니다.

논밭 주변에서는 고양이와 까치, 개구리 사체가 발견됩니다.

라이터를 갖다 대자 멀쩡한 풀과 달리 기름때가 묻은 풀은 활활 탑니다.

논밭에 흘러들어온 기름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친 주민들은 망연자실해합니다.

[오장환/주민 : 기름 나오는 거 봐 이거 기름. 아휴 기름 냄새. 이게 이렇다니까.]

논밭 가장자리 쪽으로 와봤습니다.

이 토양은요, 이곳도 상당히 짙은 색깔인데 손으로 조금만 파봐도 시커먼 흙이 나옵니다.

그리고 코를 가져다 대면 썩은 냄새와 기름 냄새가 함께 나는데요.

이 기름은 약 2주 전, 이 뒤쪽에 있는 공장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폐기름을 정제해 되파는 공장에서 유출이 발생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입니다.

공장 측은 실수로 폐기름 100L가 흘러나간 것을 직원이 발견했고, 곧바로 방제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관계자 : 일단은 저희가 오염된 수로랑 도랑은 18일부터 그 앞에 유수분리존을 만들고 흙을 한 번 퍼냈어요.]

그러나 진천군청이나 담당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에는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업체 관계자 : 양이 적든 크든 먼저 신고를 하고 진행을 했었어야 됐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과실이라고 지자체가 왔을 때 인정을 했어요.]

기름이 유출된 다음 날 아침, 주민들이 농업용 수로에 기름이 퍼진 것을 발견하면서 당국에 신고됐습니다.

방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말 사이 비까지 쏟아졌습니다.

주민들은 인근 1만 5000평의 논밭으로 기름이 확산됐다고 주장합니다.

[최진옥/주민 : 결실이 덜 되든지 그러겠죠. 수확량이 줄든지. 토양이 오염되면 지하수도 계속 오염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여기 주민들 먹는 물도 오염이 되는 거고.]

주민들은 지자체와 관계 기관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한제희/이장 : 행정 기관에서는 자꾸 '저 업체와 이야기를 나눠라'고만 얘기를 했습니다. '거기서 매듭을 풀어라' 그런 식으로 얘기만 했고…]

업체 측은 피해 논밭이 4000평 정도로, 일부 주민들이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공장 앞을 불법 점거해 영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는 방제 작업을 끝낸 뒤 보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관계자 : 마시거나 그러면 유해하겠지만, 만졌을 때의 유해성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엔진오일 사용했던 게 들어온 것으로 보시면 제일 쉬우실 거 같은데.]

관할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은 시료 채취 결과가 나와야 영업 정지 명령이나 과태료 부과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업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폐기물 처리법을 위반해 행정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환경청은 주민들 요청이 있으면 토양 분석 등을 통해 추가 유출 여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업체와 당국이 후속 조치를 미루는 사이에 남아있는 폐기름으로 인한 추가 피해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주민들과의 보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제대로 된 방제작업이 시급합니다.

(화면 제공 : 업체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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