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한 공사장 '지하'에서 60대 노동자가 숨져 있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사라진 지 무려 30시간이 넘도록 아무도 몰랐습니다. 일하기 싫어 도망간 줄 알고 빨리 찾아보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유족은 말했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이 급하게 공사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40분 정도 지나자 누군가 차에 실려 가고, 경찰차도 도착합니다.
어제(15일) 오후 2시쯤, 이 건물 지하 3층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화조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였는데, 발견된 곳은 주차장 공사를 하던 현장이었습니다.
경찰이 인근 CCTV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A씨는 발견 하루 전 아침 7시 반쯤, 공사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습니다.
그 뒤 약 서른 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고장 난 리프트를 수리하러 지하에 내려간 현장 관리자가 A씨를 발견한 겁니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일 동료들이 A씨를 찾으려 했지만, 현장 책임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 말합니다.
[A씨 가족 : (현장 책임자가)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당연하지. 일하기 싫어서 도망갔다'고 그렇게 (다른 동료에게) 얘길 하셨더라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당시 현장 책임자는 "A씨가 일과 시작 전 사라져서 현장을 통제하지 못했다"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A씨가 지하 공간에 접근하게 된 경위와 현장 책임자의 과실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