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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이지만 대체복무 도입 필요"

입력 2018-06-28 14:17 수정 2018-06-28 15:55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 놓고 재판관 4(합헌):4(위헌):1(각하) 의견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2020년까지 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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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자 처벌 조항 놓고 재판관 4(합헌):4(위헌):1(각하) 의견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2020년까지 법 개정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이지만 대체복무 도입 필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처벌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는 있지만 법률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으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위헌 요소를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늦어도 2019년 연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위헌 심판 사건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면서도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조항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전제했다.

헌재는 그러나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 1항은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현행법상 병역 종류가 모두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는 반면 대체복무제는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데다 엄격한 심사를 하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회피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체복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하더라도 교소도에 수감할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어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와 엄격한 사후관리 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해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이 조항을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려 즉시 효력을 없앨 경우 모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법적 공백이 생기는 점을 감안했다.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 조항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기한까지 대체복무제가 반영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병역종류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면 처벌조항 역시 위헌으로 결정하는 편이 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하면 형사처벌이 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해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다고 하기 어려운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은 이번이 네 번째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해당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에는 현행 병역법 체계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고 사실상 대체복무제 도입을 전제로 한 합헌 결정이어서 진일보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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