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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풍선을 잡다…'

입력 2019-11-11 21:49 수정 2019-11-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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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70년의 어느 날 그는 검은색 크라운 자동차를 타고 교정으로 들어왔습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예술대의 행사에 배우 윤정희는 그렇게 홀연히 나타났다가 시야에서 사라져 갔지요.

우리들 중학생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 꼭 40년 후에 저는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2010년 4월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자료 MBC)  : 오죽하면 어느 날 제가 잠을 자는데요. 쿨쿨 자고 있는데 제 남편이 옆에서 '여보, 여보, 여보 좀 일어날래? 저 달이 기가 막히다' 그런 적도 있거든요.]

가장 화려했던 시기, 대중의 곁을 훌쩍 떠나서 지극히 소박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배우…

그는 그 흔한 자동차 한 대 없이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반세기를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배우 윤정희를 다시 만난 것은 바로 엊그제 같은 3년 전 가을이었습니다.
 

'고무풍선 같다. 내가 손을 뻗어서 현실이라는 땅으로 끌어 내려도 다시 둥실 떠오른다'… 윤 선생님에 대해 누군가 한 말입니다.

"제 남편이요…나는 좋아요… 저는 고무풍선같이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데 그래도 이해를 해주고 또 긍정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 2016년 9월 22일 '뉴스룸'


그때…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는 인터뷰에 최선을 다했기에 감히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가족을 잃어버리고 마지막으로는 나를 잃어버린다는… 

그러나 이미 그 병을 한참 앓고 있었던 배우는 여전히 고운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투병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놀랐지만 그를 향해 보내는 위로의 온기는 따뜻했습니다.

세상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연기와 아름다운 삶으로 인해, 울고 웃고 위안받았기에…

이제는 돌려주고자 했던 웃음과 위로.
 

저는 이제 90살 돼도 멋쟁이 역할이 있을 것 같아요.
그 하얀 머리에 쭈글쭈글한 얼굴로
어떤 여자의 인생을 얘기하고 싶은 영화를
저는 지금도 꿈꾸고 있어요.
 - 2010년 4월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그는 꿈꾸고 있었고 어쩌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깊은 밤 잠을 자다 깨어나 올려다본 눈부신 달처럼 대중의 꿈과 함께 기억될 배우…

그가 우리를, 심지어는 자신을 잊어간다 해도…

우리가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저의 우상이었던 배우 윤정희님께 드립니다.
 

그럼요, 저는 영화를 하늘에 갈 때까지 할 거예요
영화는 인간을 그리는 건데 인간이 젊음만 있나요…
노인들 모습 그리는 것도 기가 막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마 100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때까지 할 거예요
 - 2016년 9월 22일 '뉴스룸'



▼ 문화초대석|배우 윤정희 편 (2016년 9월 22일 '뉴스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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