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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갑상선암-원전 '진실게임'…의사들도 팽팽

입력 2014-12-10 21:43 수정 2014-12-1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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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소송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거대 전력회사를 상대로 주민들을 설득해 환경 오염 소송을 벌이는 내용이죠. 방금 보신 것처럼 원전 주변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갑상선암에 많이 걸린 건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 원인입니다. 주민들은 방사능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원전을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수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양쪽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심수미 기자입니다.

[기자]

한수원은 원전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조현순/한국수력원자력 법무처장 : 판사가 잘못 잡았다고 말하기 미안한데. 갑상선 암에 대한 깊은 이해 자체가 없는 판결이죠.]

항소를 통해 2심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한수원 측이 자신감을 보이는 근거는 뭘까.

먼저 인체에 유해한 정도의 방사능 배출이 없었다는 겁니다.

[조현순/한국수력원자력 법무처장 : 인체에 해를 미칠 만한 방사선의 수치를 100밀리시버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한수원은 원전 운영에서 100밀리시버트 넘는 방사능을 배출한 적 자체가 없는 겁니다.]

특히 원전이 갑상선암을 유발하지 않았다고 한수원에게 증명토록 한 1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조현순/한국수력원자력 법무처장 : 00레인지 전자파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주장한다면 00에서 그 암에 대해 '우리와 관련 없다'는 걸 입증해야 되느냐, 아니거든요.]

방사능 때문에 암이 걸렸다는 걸 주민이 입증하라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판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학계는 어떨까.

역시 양쪽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먼저 적은 양의 방사능이 수십년간 나올 경우 이를 유해한 것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한수원 측 입장을 지지하는 학계에선 전혀 해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강건욱/서울대 의대 교수 : 갑상선암은 체르노빌 때도 보면 용량 반응 관계가 있습니다. 많을 때 걸린다는 뜻입니다. 미미하거나 낮을 땐 관계없다는 뜻이죠.]

주민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정반대 논리를 폅니다.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합니다. 그래프 생각해 보세요. 어디가 안전하겠어요? 암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지점. 제로죠.]

[임종한/인하대 의대 교수 : 일정 정도 이상 되어야만 암 발생이 이뤄지는 게 아니고, 그와 관계없이 소량이라도 방사능 노출 관련해서 비례해서 암 발생이 이뤄지는…]

암에 걸릴 수 있는 '위험 기준'에 대한 해석도 달라집니다.

[강건욱/서울대 의대 교수 : 보통 100밀리시버트 이상 받으면 암이 생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100밀리시버트 이하에서는 잘 모르죠. 보통 1년간 3밀리시버트를 받아요. 그건 그냥 평균일 뿐이에요.]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 그게 정부가 정하는 기준치란 거죠. 의학적 기준이 있는 안전기준치냐, 아니에요. 의학 교과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방사능의 안전기준치는 없다' 그렇게 돼 있어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갑상선 암의 원인인지를 두고도 미묘한 입장차가 있습니다.

한수원 측을 지지하는 학계에선 방사능으로 갑상선암에 걸리는 건 아주 드물다고 얘기합니다.

[강건욱/서울대 의대 교수 : 주요 원인은 가족력인데, 대부분 가족성으로 나타나고 유전으로 나타나고, 그렇습니다.]

주민 입장에 동의하는 학계에서는 반박합니다.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 (벨라루스도 우리 연구결과와 똑같네요?) 네. 똑같아요. 연구 결과도 여성 갑상선암이 1등이고, 2등이 유방암이거든요.]

마지막 쟁점은 원전 주변 지역 발병률이 높은 이유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도 평행선을 달립니다.

[강건욱/서울대 의대 교수 : 갑상선암이란 것은 평생 모르고 대부분 지내게 돼 있습니다. 증상도 없고요. 초음파(검사)했을 때에만 발견되는 거죠. (진단을 많이 받아서?) 맞습니다. 지금 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원인은 고령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발병률이 높은 게 아니라 실제로는 검진률이 높았기 때문에 생긴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대 측에선 사실을 호도한다며 반박합니다.

[임종한/인하대 의대 교수 : 일상적으로 직업적으로 노출되고 또 그 지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고 그러면 노출에 따라서는 암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높일 개연성이 있습니다.]

첨예하게 맞서는 양측의 주장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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