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지하철이나 공원, 곳곳에 무료 휴대전화 충전소가 마련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이 함부로 사용하고 망가뜨리는가하면 고장난 채로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습니다.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배터리와 맞바꾼 양심을 담아왔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스마트폰과 검은색 선을 연결하면 충전이 시작됩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해 연말부터 5,6,7,8호선에 설치한 무료충전소 겸 보조배터리 대여기입니다.
152개 역에 설치된 충전소만 157대로, 시민 편의를 위해 다른 호선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충전소를 찾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연결한 지 십 분이 지났는데요. 확인을 해보니까, 충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배터리가 줄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동안 무리하게 사용을 한 탓에 안쪽에서 선이 끊어져 버린 겁니다.
선이 뜯어지거나 연결 부분이 망가진 곳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멀쩡한데 충전이 안 된다고 임시로 안내해놓은 곳도 있습니다.
CCTV가 촬영 중이라는 경고도 소용이 없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6개 역 가운데 1개만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서울시 내 또 다른 역에 나와 봤습니다. 이곳은 대학교 입구 쪽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만 여기에 있는 스마트폰 충전소도 선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휴대전화가 방전되기 전 충전소를 찾은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리거나 보조배터리를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강현/서울 신림동 : 한 달 정도는 끊어져 있었어요. 멀쩡해서 꼽아 놨는데, 안 된 경우도 많아요.]
지하철역 관계자들은 단속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역 관계자 : 막 빼고, 잡아당기니까. 자기가 잡고 있는 방향이 틀리니까, 하다 보니 이것도 간당간당하잖아요.]
수리에 나선 업체도 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관리업체 관계자 : 나만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 사용 못 하게 악의적으로 행동하시는 분들도 있고, 관리하는 게 저희도 매우 어렵긴 하거든요.]
설치만 해놓고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않아 무용지물이 된 충전소도 있습니다.
강서구는 등산 중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는 일이 없도록 2년 전 둘레길 5곳에 급속충전기 6대를 설치했지만, 작동하는 기계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민 : 쓰려고 그러는데 안 되면 그렇지 않겠어요? 근데 구청장이 뭐 이거 되나 안 되나 그런 것까지 신경 쓰겠어?]
24시간 안전하고 편리한 산책로를 만들겠다던 말과 달리 밤 중에 이용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곳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업무가 종료되었습니다.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서울시가 '우수 창의제안'으로 선정해 3년 전부터 공원 등에 설치해놓은 이른바 '쭉쭉~빵빵' 무료 충전소도 방치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학생들이 잡아당기고 하니까 선이 떨어졌나 봐요. 가서 직접 꽂아봐야 (고장 여부를) 아니까…]
최신 스마트폰들이 배터리 일체형으로 나오면서 충전기에 대한 수요도 늘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맞게 무료 충전소를 설치한 의도는 좋았지만, 방전된 양심과 관리 부실로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쓰질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