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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무첨가 마케팅'의 쓴맛…"이것 참 헷갈리네"

입력 2015-03-10 21:31 수정 2015-03-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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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슈퍼마켓 식품 코너에 가면 온통 없을 '무'자가 넘쳐납니다. 고추장 된장도, 햄이나 소시지도, 라면이나 커피, 만두에도 모두 없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종 식품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는 건데요. 업체들이 그렇게 나오니 당연히 소비자들은 식품첨가물이란 몸에 해로운 거로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첨가물이 없는 제품을 찾게 되는데, 문제는 그러면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상당수 제품은 식품첨가물을 안 쓴다면서 다른 식품첨가물을 슬며시 쓰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헷갈리고 업체는 돈 벌고. 오늘(10일) 탐사플러스는 얄궂은 식품첨가물 '무'마케팅입니다.

먼저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7년 차 자취생 27살 손은정 씨의 집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봤습니다.

한 칸을 가득 차지한 가공 햄과 통조림, 그리고 반조리 식품들. 유통기한도 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자주 찾게 됩니다.

[손은정/자취생 : 바쁘면 가공식품들 많이 사 먹는데, 되도록 그런 무첨가들을 많이 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대형마트에 가봤습니다.

된장에도 소스에도 햄도 만두에도 무첨가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강명재/서울 송파구 : (에르소르빈산나트륨이 뭔지 아세요?) 모르겠는데. 없으면 좋죠. 색소 안 들어가고 나트륨도 없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가공햄입니다.

무첨가 문구가 제품에 큼지막하게 새겨 있고 합성아질산나트륨이 없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먹음직스러운 붉은빛을 돌게 해주는 발색제인데 독성이 있어 사용한도가 식품위생법에서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공 햄에는 첨가물이 전혀 없는 걸까.

제품 뒷면을 살펴보니 작은 글씨로 산도 조절제와 카라기난, 샐러리주스건조 등 이름도 어려운 첨가물이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가공햄과 비교해 봤습니다.

3백원 더 저렴한 이 햄에는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습니다.

가짓수만 따지면 오히려 첨가물이 없다고 홍보한 햄이 더 많은 종류의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해 들어간 첨가물은 과연 안전한 걸까.

카라기난은 고기를 단단하게 해주는 첨가물인데 소화기관에 염증을 일으킨다고 학계에 보고된 바 있습니다.

코치닐추출색소는 선인장에서 기생하는 벌레를 건조해 만든 천연첨가물로 이 역시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유전자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다는 광고만 믿고 안심하고 먹기에는 뭔가 개운치 못합니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가 발표한 자료입니다.

첨가물 MSG가 없다고 알려진 제품 12개를 무작위로 골라 분석해 봤더니 8개 제품에서 MSG 대신 감칠맛 첨가물인 HVP가 검출됐습니다.

HVP는 콩이나 대두를 염산으로 가수분해해 얻는 화학조미료인데 가수분해할 때 MCPD라는 독성물질이 생성될 수도 있습니다.

국제 암연구소는 2013년 MCPD를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했습니다.

[해당 식품업체 관계자 : (MCPD는) 지방과 소금이 열에 가해지면 발생하는 물질이에요. 마치 HPV에서만 나오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절대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7월부터 'MSG 무첨가'라는 표현을 금지할 예정입니다.

첨가물의 하나인 MSG가 화학조미료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소비자들이 화학조미료가 없는 것처럼 오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MSG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첨가물의 무첨가 마케팅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덕환 교수/서강대 화학과 : 소비자한테 오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소비자를 자극해서 불안하게 만드는 기법이에요. 선진국에서는 아예 무슨 프리(무첨가)라고 하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왔어요.]

식품첨가물 종류는 MSG를 포함해 총 605개에 이르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는 식품첨가물은 1년에 25kg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식품첨가물 혼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최근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판되는 햄 등 상당수 가공식품에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습니다.

식품첨가물이 한꺼번에 들어갔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 복합적으로 먹을 수 있으니 안전계수를 곱해서 설정해 놓은 게 (식품첨가물) 사용 기준이에요.]

외국에서는 이른바 식품첨가물 칵테일 효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취재팀도 간단한 실험을 해봤습니다.

주로 음료수 보존제로 쓰이면서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식향나트륨 2.4g을 물 1리터에 녹였습니다.

두 번째 비커에는 같은 양의 비타민C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비커에는 두 가지 첨가물을 각각 1.2g씩 녹였습니다.

[안병수 대표/00식품건강교실 : (3번 실험구는) 독성이 1번 실험구의 반 정도 된다고 할 수 있겠죠. 과연 그런지 물고기 실험을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4분가량 지났을 무렵 세 번째 비커에 있는 금붕어의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10여분 정도 흐르니 죽은 금붕어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안병수 대표/00식품건강교실 : 안식향산나트륨을 반으로 줄였는데 더 먼저 (3번 실험구) 물고기가 죽었습니다. 독성이 더 강하다는 얘기거든요.]

안식향산나트륨이 비타민C와 만나면 벤젠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안병수 대표/00식품건강교실 : 여러 가지 첨가물을 혼합해서 먹으면 새로운 유해성이 나타난다든가 아니면 유해성이 커지든가, 그런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식품첨가물은 단일 항목에 대한 사용 기준은 있지만 혼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

첨가물을 함께 썼을 때 나타나는 유해성에 대한 연구와 이에 따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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