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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권 역사 고스란히…박근혜 민원 담긴 '종범실록'

입력 2017-04-05 18:57 수정 2017-04-05 19:14

특검팀, 안종범 수첩에 "마치 사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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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안종범 수첩에 "마치 사초 같다"

[앵커]

"마치 사초 같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대한 특검팀의 평가였습니다. 검찰과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56권에 달하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빼곡히 담겨 있어 국정농단 수사의 주요한 단서이자 증거물이 됐습니다. 오늘(5일) 야당 발제에서는 안종범 수첩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빼놓지 않고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총망라한 내용들이 담겨 있죠. 실록을 쓰는 사관은 철저한 독립과 비밀이 보장됩니다. 태종 이방원의 에피소드를 보시죠.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겪고 막강한 권력으로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 태종 4년 어느 날, 그가 사냥에 나가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리는데… 말이 고꾸라져 떨어진 그는 좌우를 살피고선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낙마를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허나, 사관은 이를 듣지 않고 덧붙여 적었다. '왕께서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태종은 실수가 감쪽같이 감춰졌을 거라 믿고 있었겠지만, 후손들은 사관 덕분에 이렇게 투명한 역사의 기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웬 역사 강의냐고요. 오늘 발제가 바로, 사관 안종범이 기록한 '종범실록'입니다.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2월 22일) : 개별 면담 후에 대통령께서 주로 오후나 저녁쯤 오늘 있었던 개별 면담에서의 대화 내용을 요약해서 말씀을 주로 해주시는데 그 과정을 제가 그대로 단순히 보통 그냥 적습니다.]

안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게 2014년 6월부터 구속되기 전 지난해 10월까지니까, 수첩엔 박근혜 정부 2년 차부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겁니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확보한 수첩은 56권입니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39권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청와대에 보관하다 제출한 겁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마치 사초처럼 과거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침체된 특검팀에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습니다.

[이규철/특검팀 대변인 (2월 17일) : 새로운 주장과 새로운 어떤 추가 소명자료가 이렇게 보완이 됐다고 판단이 돼 있는데, 안종범 전 수첩에 있었던 자료들이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의 일부였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첩엔 박 전 대통령이 재단과 최순실 씨 측을 지원하는 대가로 삼성의 현안 해결을 지시한 것으로 볼 만한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땐 '엘리엇' '경영확대 목적'이라는 메모가, 이 부회장과 독대한 날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금융지주회사' '은산분리' 등이 적혀 있습니다.

2015년 광복절 사면 당시 대기업 총수 중에선 최태원 SK 회장이 유일하게 포함됐었는데요. 수첩엔 "LIG X, 한화 X, SK ○"라고 돼 있습니다. 당시 사면 복권 가능성이 제기된 구자원 LI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은 NO, 오로지 OK SK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시기, 수첩엔 SK가 회장사로 있는 펜싱협회가 다수 등장하는데요. '펜싱 발전' '선수지원 필요' 같은 메모가 있습니다. 최 씨가 재단을 통해 80억 원을 요구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태원/SK그룹 회장 (지난해 12월 6일) : 펜싱, 테니스 그리고 또 하나의 종목에 대한 육성을 필요로 한다, 라는 명목 하에 왔다고 실무진에게 들었습니다. 당시 왔던 계획이나 얘기가 상당히 부실했고 또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좀 부적절했다, 라고 들었습니다.]

정유라의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은 2015년 3월, 4월, 5월, 석 달에 걸쳐 VIP 지시로 등장합니다. 김영재 원장 사업의 중동 진출도 챙긴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쯤 되자 '민원 대통령'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은 대통령의 민원에 대해선 마크맨까지 둬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꼼꼼히 적어가며 VIP 측근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해서 측은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본인도 챙길 건 챙겼으니까요.

[박채윤 (출처 : SBS) : 수석님 안녕하세요. 저 박채윤인데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요.]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 (출처 : SBS) : 네 안녕하세요. 아이고 선물도 주시고 와이프한테 점수 많이 땄는데 덕분에]

[박채윤 (출처 : SBS) : 사모님에게 점수 딸 일이 (앞으로) 더 많은데, 수석님 워낙 TV에 많이 나오셔서 사모님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 (출처 : SBS) : 아이고 아닙니다.]

[박채윤 (출처 : SBS) : 제가 추석 선물도 준비했는데 어떡하나 그러면]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 (출처 : SBS) : 고맙습니다. (추석) 지나도 받을게요.]

아 잠시만요. 아침에 복 부장께서 꼼꼼하게 지시하신 게 있었는데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그다음 전해드릴 건 안 전 수석의 수첩엔 친박 의원들의 민원으로 보이는 메모도 빼곡하다고 합니다.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원유철 등 이름과 함께, 학계,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 인사와 관련된 메모가 수첩 마지막 장마다 등장한다고 합니다.

안종범 수첩은 국정농단 수사의 주요 단서기 때문에 각종 재판의 증거로 쓰입니다. 일각에선 수첩의 수집 방법과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때문에 증거 능력 인정을 놓고 공방이 예상됩니다.

오늘 야당 발제입니다. < '종범실록'…'민원 대통령' 박근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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