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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핵 전문가 "현행 북한 제재는 '못 없는 망치질'일 뿐"

입력 2016-01-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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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현재의 제재는 '못 없는 망치질'일 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및 이란의 핵 개발 제재에 관여해 온 조셉 디토머스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가 13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북핵 문제에 대처하는 제재 역할의 문제(Sanctions' Role in Dealing with the North Korean Problem)'라는 글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 후 국제사회가 내놓은 제재안은 '못 없는 망치질'처럼 실효성 없는 조처라고 주장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인 디토머스는 국제사회의 제재는 분명히 북한의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겠지만, 중국의 전적인 동참이 없는 한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이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개발 중단 카드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 부분에서 "현행 제재로는 북한의 비핵화로 이끌어낼 수 없다"며 "제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떤 전략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을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디토머스 교수의 기고문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강제 수단은 제재를 하는 것이었다. 북한과의 양자 대화나 다자 협상은 시들해지고는 했다. 당초 제재는 북한의 핵 확산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고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이제까지 북핵 정책의 진행 상황을 두고 볼 때 현재의 제재는 적절치도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도 아니다.

물론 제재가 북핵 문제를 대처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동북아 및 한반도 지역의 현실과 관련된 전반적인 전략 차원에서 제재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 능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은 미국의 이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2006~201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가 내놓은 결의안과 협상 과정의 성과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 또한 잇달아 내놓은 유엔의 결의안과 각국 대통령 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각국 정부들이 자랑할 만한 결실들이다.

유엔과 미국,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이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다른 잠재적인 핵개발 국가들에게 만일 북한의 전철을 밟는다면 진정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제재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물론 북한에 대한 제재는 좀 더 강하게 이행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제재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했던 것이다. 10년 전 혹은 20년 전 상황이 어찌됐든 간에 2015년 평양은 핵무기에 의존한 원대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 개발과 핵 억지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병진 전략을 천명하고 있다.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의 탄도미사일 운반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자원을 소비해 왔다. 그렇게 많은 핵 개발 단계를 거친 뒤 물러선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핵 개발을 포기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의)정치·사회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이 그토록 놀랄만한 전략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권력층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전략적인 변화를 하도록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재보다도 더 큰 자극제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현행 제재는 그처럼 무거운 전략적 목적을 위해 고안된 게 아니다. 북한 제재의 전략적 가정은 (제재를 가하게 되면)북한의 핵 개발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북한이 핵 정책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후 내려진 유엔 안보리의 제재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늘리겠다는 게 우선적인 목적이다. 또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외부의 지원과 자금 조달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미국의 제재안은 (국제무대에서 외화벌이 등을 위한)북한의 불법적인 행동들을 중단시키고, 북한이 (은행 등)국제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는 한 번도 북한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포괄적이거나 힘을 지닌 적이 없었다.

첫째, 제재안이 힘을 가지려면 중국이 전적으로 가세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경제의 활력을 좌우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적인 합류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둘째, 서방 국가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기술과 자본 조달 등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이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의 제재는 북한의 핵 개발을 지체시킬 수는 있다. 자본 조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이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제재 때문에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한다는 카드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셋째, 제재안의 기본적인 가정은 북한과의 외교 통로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전략 프로그램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다른 정치 및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할 것이다. 또한 안보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서 얻으려는 것들이다.

만일 외교적 해결을 북한 핵 문제의 중간 단계로라도 전망하고 있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고 핵 개발 비용을 증가시키는 제재안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이른바 '윤달 합의(Leap Day deal, 미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는 대신에 북한은 핵 활동을 중단한다는 내용)'가 붕괴된 이후 북한과의 핵 협상을 위한 외교 통로는 사라져버렸다. 만일 미국이 다시 당시의 합의 내용을 되살리려 시도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이미 당시의 상황과는 아주 동떨어진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에 대한 현재의 제재는 '못 없는 망치질'에 비유할 수 있다. 필요한 지원 요소 없이 망치질을 하는 것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심지어 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제재가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제재는 분명히 북핵 개발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외부의 지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돕는 것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처들이 북한의 새로운 전략적 행동에 대처하는 유일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핵 억지 전략과 깊이 연결돼 있다. 만일 중국이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일에 지금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동참토록 설득하지 못한다면, 전략적 맥락에서 제재의 새로운 역할을 개발해 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새로운 전략적 실상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행 제재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한 걸음 물러나 제재가 어떻게 생산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제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떤 전략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을 지를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새로운 전략은 북한의 핵개발로부터 초래되는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겨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전략 차원에서 엄한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 최악의 도발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중국의 동참 여부와 무관하게 고려돼야 한다. 물론 중국이 참여하게 되면 위험도 훨씬 덜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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