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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판 흔든 트럼프…'발끈' 대신 자세 낮춘 북한

입력 2018-05-25 18:23 수정 2018-05-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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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채 3주도 남지 않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근 북한의 담화문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통해 "지금은 대화하기 적절치 않다"면서 회담 취소를 전격 통보한 것이죠. 북한은 오늘(25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언제든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대화냐, 대결이냐의 기로에 선 북·미회담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24일) : 저는 북한이 최근 내놓은 발언에 근거해서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목전에 앞두고 멈춰 섰습니다. 최근 백악관 강경파 내에서 불거진 회의론에도 끝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었기에, 더욱 갑작스럽고 전격적인 발표였습니다. 결정타는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핵대핵의 대결장"을 언급한 북한 최선희 부상의 담화문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최근 북한이 보인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회담은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북한의 핵 능력을 언급하지만, 우리의 것은 더 크고 막강하며 결코 사용될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는 경고성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직접 한 자 한 자 불러 적게했다고 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24일) : 저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와도 이야기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췄고, 최근 더 강화시켰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서한의 말미에 적힌 "만약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말고 연락하라"이 말은 일종의 '여지'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는 '최후통첩'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회담은 여전히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옳은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담화문의 명의는 김계관 제1부상이지만 '위임'을 받았다는 말인즉슨,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 그대로 담겼다는 거겠죠. 역시 좀 꼼꼼하게 이 속 뜻을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이유에 대하여 최선희 부상 담화문에 '분노와 적대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곧, "해당 발언은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 아닌 최 부상 개인의 주장이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다음 단락 보겠습니다. '분노와 적대감'은 일방적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 그러니까 "비참한 말로를 맞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 미국 당신들도 좀 너무 했다"는 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용단을 의연 내심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에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이 말은 트럼프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면서 '트럼프식 모델'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겁니다

이어지는 대목들, 우리 국무위원장도 좋은 시작을 뗄 수 있다며 노력했다. 열린 마음으로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 첫술에 배부를리 없지만,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 이 말들 모두 다 그래도 회담 하자, 대화 하자는 뜻입니다.

그동안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은 설전 수위를 보면, 이번에도 "핵 단추를 누르니", "노망난 늙다리"니 발끈할 법도 한데요. 이렇게 누가 보더라도 자세를 확 낮췄습니다. 담화문 전반에 걸쳐서 강력한 대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회담 '불씨'를 살리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억류자를 석방하고,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국가 노선까지 바꾸면서 배수진을 친 북한 만큼이나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회담의 성공을 바라왔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판을 뒤집은 배경은 뭘까요.

먼저 잇따라 나온 북한의 강경발언입니다. 김계관 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에, 최선희 부상은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에 비유했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도 누적 됐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이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실무회담에 나타나지 않았고, "수많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현지시간 지난 24일) : 저는 북한이 지난 며칠 동안 했던 말과, 양국이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회담을 비관한 백악관 강경파들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취소를 논의하는 테이블엔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국무 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과 존 볼턴 보좌관 등 소수의 고위 관리만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이 중 강경파 주장에 귀를 기울인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회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판을 깨기로 결정 했다는 겁니다.

하루사이 급변한 북미 관계에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젯밤 긴급 NSC회의를 소집하고 "회담 취소는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이란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하는 등 회담 불씨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 북미회담 판 흔든 트럼프…자세 낮춘 북한 > 으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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