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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외면하는 '흡연 부스'

입력 2018-01-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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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장소나 도심 한복판에 설치된 야외 흡연실. 원래대로라면 보행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권도 보장하기 위해서 설치된 겁니다. 그런데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야외에 차려진 흡연실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흡연실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는 이내 부스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대낮인데도 서울 도심 기온은 영하 8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은데요.

제 뒤에 흡연부스를 보면 바람을 막아줄 칸막이가 있지만 부스 밖까지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담배연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안 좋아요. (흡연부스) 밖으로 나와계시는 분들도 많고, 환기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담배냄새가 여기 앞까지 다 오죠.]

지하철역 출구와 횡단보도 사이에 설치돼 흡연부스 밖은 금연구역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흡연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상당수입니다.

하루에만 수 만명이 오가는 버스 터미널 인근 흡연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민원 때문에 위치를 한차례 옮겼지만 여전히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습니다.

동서울터미널 앞 도로입니다.

원래 흡연부스가 있던 자리는 항의민원이 빗발치면서 100m 가량 앞쪽으로 이전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바닥에는 여전히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금연거리로 지정이 되면서 곳곳에 금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스 밖 흡연은 과태료 대상' 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택시기사 : 바람이 안 불면 그냥 아주 뿌옇게 돼 여기가. 저 흡연부스 돈 들여서 해놓은 거니까 그 안에서 피우라 그러면 사람들 반응이 호응을 안해. 제 멋대로야.]

특히 주변 상인들의 불만도 큽니다.
 
[인근 상인 : 우리야 담배 안 피우니까 담배냄새가 얼마나 싫어요. 그리고 손님들도 담배 냄새 난다고 하고 그냥 가는 사람도 많아요.]

유동인구가 더 많은 서울역 앞 흡연부스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지붕을 없애서 자연 환기가 되도록 설치 해 놨는데요.

하지만 조금만 옆으로 벗어나서 살펴보면 이렇게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흡연자들도 흡연실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밖에서 담배 피우시는 이유가?) 아무래도 몸에 (냄새가)배는 것 때문에 그러겠죠. 몸에 배는 것 연기가…담배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그런 것도 있고. 좀 많이 배죠. 사람이 많은데서 피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흡연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비흡연자들의 피해를 줄이려고 설치된 흡연부스가 양쪽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는 겁니다.

지자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 : 한 곳에 모여서 흡연을 하다보니까, 그리고 (흡연실)밖에서 흡연을 하다보니까. 항상 비흡연자분들이 폐쇄하든가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어마어마하게 발생을…]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도심 속 흡연시설은 시간이 갈수록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인턴기자 : 조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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