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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값 '쑥' 기부는 '뚝'…에너지 빈곤층 가혹한 겨울나기

입력 2018-11-30 09:13 수정 2018-11-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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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가혹한 겨울을 맞아야하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난방을 위한 연탄, 또 등유를 마음껏 쓸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상계동 양지마을에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모였습니다.

[자 출발!]

저마다 지게를 지고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걷습니다.

연탄이 집 창고마다 가지런히 채워집니다.

좁은 길로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지게를 활용해야 합니다.

1장당 3.6kg 짜리 연탄을 손과 지게까지 써서 옮기려고 합니다.

이렇게 각 집마다 150장 씩 배달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가구당 200장씩 제공됐지만 올해는 150장으로 줄었습니다.

[박분수/상계동 양지마을 주민 : 한 이틀 때고 나면 연탄 몇 장 남았나 세고. 이거 불안해서. 작년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금년에 와서는 영 연탄을 안 주는 거야.]

정부가 최근 연탄 도매가격을 19.6% 인상하면서 1장 당 105원이 올랐습니다.

기부액도 지난해에 비해 2억 원가량 줄면서 당장 12월부터 나눠줄 연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임지영/서울연탄은행 과장 : 지금 (기부가) 4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 당장 다가올 12월, 1월 혹한기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양지마을 옆 희망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본격적인 한파에 대비해 지붕을 단열재로 덮고 타이어까지 올려뒀습니다.

하지만 골목길 곳곳에 설치한 연탄 보관함은 비어가고 있습니다.

[(연탄 창고가 비었네요?) 네. 다 땠어.]

연탄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몰라 아끼다 보니 방은 냉골입니다.

[손호일/상계동 희망촌 주민 : 방에 물고기집 넣어놓고 (물고기) 길렀는데. 밑엔 따뜻한데 위가 추우니까 고기가 다 죽어. 다 얼어 죽어버렸어.]

에너지 빈곤층들이 많이 의존하는 난방용 등유도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등유는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리터당 800원대였던 등유 값은 최근 1000원이 넘었습니다.

서울 상계동의 한 주택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빈 드럼통들만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난방용 등유 가격이 오르다보니 아직 사지 못한 것입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에 들어와서 보니 이렇게 창문마다 붙어 있는 단열재도 보이고 나름 겨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틀지 않다보니 실외보다 실내가 더 춥게 느껴집니다.

권모 할머니는 지난해 기부받은 등유를 아직도 사용합니다.

물을 끓일 때만 보일러를 틀기 때문입니다.

[권모 씨/상계동 희망촌 주민 : 약값하고 겨울에는 기름값하고…(등유값이 올라서 불안하시죠?) 도움을 작년같이 좀 줄지… ]

할머니는 장애인인 딸 명의로 등유를 살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발급 받았습니다.

카드에는 14만 5000원이 들어있지만 등유 한 드럼을 사기에도 부족합니다.

[권모 씨/상계동 희망촌 주민 : 모자라면 (내 돈) 보태서 해야 한다고.]

정부는 지난달부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수남/상계동 희망촌 주민 : 에너지 바우처 들었어요 듣기는. (담당자) 전화번호 좀 해줘 봐. 써줘. (제가 지금 몰라서 찾아가지고) 응.]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700여 명이 살고 있는 과천 꿀벌마을입니다.

추워서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는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방안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도 연탄을 쉽게 때지 못합니다.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 주민 : (연탄이) 조금밖에 없어서 잠가놨지. 열었어. 지금 추워서.]

이웃들에게 빌린 연탄도 이제 8장만 남았습니다.

이미 해가 뜬 아침인데, 이 안의 온도는 아직 영하입니다.

이곳에 사는 할머니는 오늘 하루 연탄 4장으로 버텨야 합니다.

에너지 빈곤층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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