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팩트체크] 대통령 '신문조서', 헌재 증거 될 수 있나?

입력 2017-02-08 21:59 수정 2017-02-09 00:2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임박했습니다. 신분은 피의자입니다. 그간 쏟아진 혐의들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첫 장면이 될 텐데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는 이렇게 '피의자 신문조서'가 작성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내용, 헌재의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팩트체크 팀이 미리 따져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피의자'로 이뤄지는 첫 조사군요.

[기자]

네. 특검은 수사과정에서 그동안의 의혹들을 따져 묻고, 대통령은 답하게 됩니다. 참고로 변호인은 신문 과정에 끼어들어 답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해야 합니다.

법에 따라 그 내용은 빠짐없이 기록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조서'라고 부르죠.

이 조서에 피의자인 대통령은 '간인' (페이지를 겹쳐서 도장을 찍는 것), '기명날인' 또는 '서명'까지 해야 합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많은 정보들이 담겼죠.

[앵커]

첫 페이지에는 이름, 연락처 등 신상정보가 들어가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진술거부권, 변호사 조력권을 보장받았는지 확인도장까지 찍습니다.

그 다음 페이지, 특검의 신문 내용이 문답 형식으로 그대로 기록됩니다. 2시간이든, 3시간이든, 10시간이든 조사한 내용 그대로 들어가겠죠.

끝으로 "진술대로 기재됐습니까?"라고 특검은 묻고, 대통령은 자필로 답을 적고 도장을 찍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되면, 처음이니까 새로운 답변들이 나올텐데요. 이걸 헌재가 증거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일반 재판의 경우 신문조서 자체만으로는 증거력을 충분히 갖기는 어렵습니다. 당사자가 재판에 나와서, 그러니까 피의자가 피고인이 된 뒤 재판에 나와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측은 이런 주장을 해왔습니다.

[이중환/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 조서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소위 조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청구인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피청구인에게는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공정한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조서 재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죠. 하지만 이건 일반 재판일 때 그렇습니다. 헌재는 다릅니다.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는 말씀 몇 차례 드렸죠.

근거가 바로 이 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를 제정할 수 있다"

즉, 헌재가 절차를 생략하거나, 스스로 만들 수 있고요. 필요하다면 증거로 삼으면 그만입니다.

[앵커]

헌재가 결정하면 된다는 건데, 그래서 그동안 다른 검찰 조서들도 증거로 채택이 됐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안종범, 정호성 등의 피의자 조서도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그리고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이렇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된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한다" 라고요.

[앵커]

그러면 특검 조사가 끝난 다음에 헌재가 이걸 가져와서 심판의 근거로 삼으면 문제가 없겠네요.

[기자]

네. 헌재가 판단해서 채택하면 됩니다. 특히 대통령이 수사 과정에서 의혹들에 대해 시인했다면 진술조서 자체가 탄핵에 굉장히 중요한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전혀 다른 답변을 했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기존의 증거들과 맞춰보면 되기 때문인데요. 들어보시죠.

[노희범/변호사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 증인의 증언들, 그다음에 수사기관에서 관련자들의 진술, 객관적인 공문서, 사실조회 회보, 많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거고요. 이런 경우는 많아요. 본범이 부인하는 경우에, 공범들의 진술에 의해서 범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잖습니까.]

[앵커]

시인을 하든, 부인을 하든 진술조서에 그 내용이 들어가게 되면, 중요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겠군요.

[기자]

대통령이 그동안 탄핵심판 과정에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 헌재가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다면 대통령을 간접적으로나마 신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대통령이 뒤늦게 변론에 나온다? 이 조서로 예상 쟁점이 더 뚜렷하게 추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으로 심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탄핵심판과 특검수사가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는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관련기사

'피의자' 박 대통령이 떳떳이 밝혀야할 '10가지 혐의' "비공개, 청와대 경내 조사해달라" 과도한 의전 요구 대통령 개인 비리에 나랏돈 받는 청와대 참모들이 대응 [팩트체크] 청와대 '증거인멸' 시 어떤 기록 남나? [팩트체크] 탄핵 사유 '블랙리스트'…국회 동의 필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