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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무관심 속 방치된 '70년 전 전쟁 상처'

입력 2020-06-11 21:29 수정 2020-06-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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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를 둘로 나눈 분단의 상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죠.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우리 삶 속에 남겨진 전쟁의 상처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이곳들이 잊혀지고 있는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전쟁 때, 이산가족이 돼버린 피란민들이 헤어지면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던 장소가 바로 이 부산 영도대교입니다.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복원된 지금, 많은 사람들의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전쟁의 흔적은 우리 삶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갑자기 시작된 전쟁.

순식간에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부산은 임시 수도가 됐습니다.

아픔의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부산 가덕도.

기록상으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이곳 출신 장병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찾으러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보훈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소를 찾아갔지만.

[저는 잘 모르겠네요. 저도 가끔씩 오는 거라.]

결국 1.5km 떨어진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부산지방보훈청 관계자 : 워낙 여러 곳으로 산재돼 있다 보니까 시설에 도로명주소가 부여 안 된 곳들은 인근 도로명으로 넣다 보니까 문제가 생겼고요. 저희가 어제부터 계속 수정 중이거든요.]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이 진행됐습니다.

유엔군은 수도권까지 올라왔습니다.

인천에도 그 흔적이 있습니다.

이곳은 비정규부대였던 켈로부대가 집결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했다 전사한 500명 넘는 대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이런 충혼비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 시설 벽면은 곳곳이 깨지고 갈라져 있습니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주기 위한 이런 안내판도 아래에 맥주캔만 찌그러진 채 나뒹굴고 있습니다.

주변은 정체 모를 밧줄과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최성룡/유격백마부대 전우회장 : 어르신들이 거기 오면 막 쓰러져요. 분해가지고. 막 쓰레기 같은 거 쌓아놓고 하니까. 세상에 이게 뭐냐.]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관련 행사를 하며 사용한 현수막만 나부낍니다.

서울은 어떨까.

취재진은 전문가와 함께 서울 곳곳의 전쟁의 기억을 쫓았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한강철교.

탄환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양영조/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 이게 파괴됐다가. 새로 복구된 교량이고요. 탄환을 많이 봤는데.]

한강철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안내판이나 설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양영조/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 등록문화재인 경우는 그냥 허가를 안 받고도 보수를 할 수가 있어요.]

서울 한복판에 서 있던 독립문도 상처가 났습니다.

벽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전쟁 당시 벌어진 총격전 때문에 만들어진 총탄의 흔적으로 추정됩니다.

개수도 상당히 많은데요.

대부분이 이렇게 덧대서 메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양영조/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 이런 게 다 총탄입니다. 이런 건 기관총에 의해 사격이 됐을 텐데 메워져서 이것만 보고는 탄흔이다, 아니다 얘기하긴 어려워요.]

덧댄 곳이 많습니다.

대학생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신촌 굴다리.

탄흔이 아무렇게나 땜질 됐습니다.

[김종원/서울 신촌동 :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 듣습니다.]

[양영조/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판을 만들어서 후대를 위해서 남겨줄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역사는 가까이 있습니다.

16대의 버스가 오가는 연희 104고지 정류장.

연희전투가 벌어졌던 지명의 이름을 따 지어졌습니다.

[한나연/서울 연희동 : 그냥 버스정류장 이름으로만 알고 있어요.]

[이송근/서울 연희동 : 104고지를 이쪽에 아는 원주민들 일부만 알지. 지금은 104고지라는 말을 잘 안 써요.]

이름 뜻을 아는 주민은 많지 않습니다.

근처를 찾아가 봤습니다.

새 비석은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돼 있지만, 덩굴을 간신히 헤치고 들어가야 당시 비석을 볼 수 있습니다.

늘어나는 보훈시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관련 법이 제출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70년의 세월은 현실의 흔적도 지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아픈 기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쟁, 참혹했던 기억이지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억해야 합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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