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을 여든 채 넘게 갖고 있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세입자 수십 명이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자기 세금이 밀렸단 이유인데, 오히려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수천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20대 A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의 빌라입니다.
두 달 전에 계약이 끝났지만, 보증금 1억4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세입자 : (집주인이 바뀐 뒤) 집이 압류가 돼 있었고. 이사도 안 되고 계속 몇 달 동안 이러고 있는 거죠.]
집주인 박모 씨는 "집을 많이 갖고 있는데 세금을 못 냈다"며 "해결하려면 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A씨/세입자 : 3000만원이 있으면 이 집이 해결이 된다, 압류금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박씨에게 피해를 봤다며 법무법인 두 곳에만 세입자 60여 명이 찾아왔습니다.
법인까지 차린 박씨가 가지고 있는 집은 80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법인 주소로 가보니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 없는 것 같아요. 1년 동안 내가 봤는데 그 우편물 가져가지도 않고 쌓이기만 하고.]
연락이 닿은 박씨는 "처분 가능한 집은 처분하고 있다"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으면 그것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박씨 대신 낸 전세보증보험금만 129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씨에게 회수하지 못하면 나랏돈이 새는 셈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 : 저희가 대위변제(대신 지급)한 게 있지 않습니까? 이 건 같은 경우에는 강제 경매를 해서 채권 회수를 할 거고.]
보험 가입이 안 된 세입자들은 소송과 경매를 거쳐야 합니다.
[임용묵/변호사 : (소송에서 이긴 뒤) 경매 신청을 하여 현금화해서 배당을 받아 피해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송에서 경매까지 1년을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낙찰이 되더라도 전세보증금은 세금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낙찰금이 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면 세입자가 피해를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