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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짙은 불황…설 앞두고 '눈물의 전당포'

입력 2016-02-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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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이틀 지나면 설연휴가 시작되는데요. 귀성 선물도 챙겨야하고 차례도 지내야하고 세뱃돈도 준비해야하고. 이래저래 돈 들데는 많은데 주머니 사정은 뻔하고. 그러다보니 요즘도 이런 게 있나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여전히 전당포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설을 앞둔 전당포 풍경을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고 최신 유행 가요도 흘러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전당포의 내부 모습입니다.

이 전당포는 흔히들 떠올리는 전당포의 이미지와 다르게 조명도 굉장히 밝고 분위기도 화사한 느낌이어서 마치 명품 브랜드 매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인데요.

이쪽에는 고가의 시계가 진열돼 있고요.

여기에는 전당포를 찾은 사람들이 맡기고 간 값비싼 신발도 보관되고 있습니다.

대출과정이 간편하다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당포를 찾고 있습니다.

[전당포 이용객 : 처음에는 전당포라서 조금 그랬는데 오히려 너무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 급할 때마다 필요하게 쓸 수 있어서 좋고요.]

외관은 예전보다 더 세련돼졌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끼느라 제대로 끼어보지도 않은 반지를 들고 전당포를 찾은 주부는 얼마 전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합니다.

[전당포 이용객 : 가지고 있던 반지랑 목걸이랑 팔찌 다 맡겼어요. 일을 하다가 3개월 놀았거든요. 명절이 다가오니까 돈이 좀 아쉽고 그래서요.]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서 유일한 재산인 휴대폰을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당포 이용객 : 추워서 일을 못 해서요. 월세도 내고 공과금 이런 것도 내야 하고요. 좀 급해서 (전당포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다보니 안타까운 사연도 한둘이 아닙니다.

[황상일/OO전당포 이사 : 아이를 한 명 업고 또 한 명은 손을 잡고 오셔가지고 물건이 뭔가 봤더니 금반지더라고요. 아기 돌 반지요.]

돈이 될만한 물건이라면 급한대로 들고 찾아오다보니 전당포는 없는 게 없는 '만물 시장'입니다.

물품 보관창고에 들어와봤는데요. 전당포를 찾은 사람들이 맡기고 간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가방 사이로 각얼음 빙수기도 보관되고 있고요. 또 이쪽에는 고가의 자전거와 홈씨어터 스피커도 볼 수 있습니다.

이쪽을 한번 보시면 상자들이 빽빽하게 쌓여있는데요. 상자 안에는 모두 이렇게 선글라스가 보관 중입니다.

사업을 하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물품을 통째로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기현/OO전당포 업주 : 휴대폰 같은 것을 간단하게 가지고 와서 학생들이 잠깐 쓰는 10만원, 20만원 정도 소액도 지금 많이 대출되고 있습니다.]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면서 전당포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전당포를 찾은 사람들이 맡기고 간 고가의 스마트폰입니다.

포장도 완벽하고 무게감도 얼추 진짜 스마트폰과 비슷해서 누가 봐도 진품으로 보이는데요. 막상 이 포장을 뜯어보면 이렇게 진짜 스마트폰과 비슷한 무게의 찰흙이 담겨있습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 물품 감정에 더 심혈을 기울입니다.

[황상일/OO전당포 이사 : 현미경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짜 제품이 만들어진 것 같은 경우에는 시계를 뒤뚜껑을 열어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명동의 한 전당포, 한눈에 봐도 점포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40년 가까이 전당포를 운영해 온 업주는 어려웠던 예전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고 말합니다.

[오성해/OO전당포 업주 : (예전에는) 시계 1500원, 2000원짜리도 가져와서 떡하니 맡겨놓고요. 막걸리값이 없어서요. 그렇게 해놓고 며칠 있다가 또 찾아가고요.]

이제는 추억 속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전당포가 다시금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는 건 불황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다는 거겠죠.

전당포를 찾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물건에 담긴 사연들을 흥미거리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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