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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취약 '핑크 보드' 위 보일러 설치…입주민 불안

입력 2019-01-17 08:28 수정 2019-01-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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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이 펜션 보일러에서 나온 가스 때문에 숨진 사고 이후 내가 사는 곳의 보일러는 안전한 건지 다시한번 확인한 분들 많으셨는데요. 우리집은 보일러에  좀 문제가 있다는 한 아파트 주민들이 있습니다. 시청자가 제보한 내용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뉴스 미션에서 들여다봤습니다.

최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손에 들고 있는 분홍색 물건은 흔히 '핑크 보드'라고 부르는 건물 단열재입니다.

합성수지로 되어있어서 화재에는 매우 취약한데요.

그런데 이 '핑크 보드' 때문에 아파트 단지 전체의 주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핑크 보드 위에 가스 보일러가 설치돼 있어서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뉴스 미션이 따라가 보겠습니다.

[제보자 A씨 : 저희 건물 밑층에 새로 이사 들어오신 분이 계세요. 그분께서 '여기 보일러실 벽면이 스티로폼이다. 불붙으면 위험하다.' 제 집도 한번 보니까 역시나 똑같이 스티로폼이 돼 있더라고요]

제보자 집 내부에 있는 보일러실입니다.

보일러가 설치된 벽을 눌러 보니 손자국이 그대로 남습니다.

[손으로 눌러보면 다 들어가고요. 다 부서지네 이렇게.]

그렇다면 핑크 보드는 얼마나 불에 잘 붙을까.

취재진이 직접 실험을 의뢰해봤습니다.

불이 붙자 금세 유독가스 섞인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몇십 초 만에 구멍이 뚫리고 핑크보드는 안에서부터 녹아내립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 : 물을 뿌리면 불은 이렇게 안에서 타고 있는데 얘가 꺼지겠어요? 안 꺼지지. (보일러) 뒤에다가 플라스틱류를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죠.]

도심형 생활 주택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에는 100여 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렇게 합성 수지로 된 벽에 보일러가 설치된 곳이 절반 정도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같은 구조의 보일러실이 이렇게 반대쪽에도 맞닿아 있어서 화재 위험에 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도시가스공사도 현장 조사에 나서 보일러 시공이 '부적합'하다고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설치한 하청업체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일러업체 B사 대리점 관계자 : 이거 우리한테 물어보실 게 아니고요. 그 건설사한테 물어보시고.]

건설사는 법에 기준이 없다고 말합니다.

[건설업체 관계자 : 그 기준은 없어요. 보일러실 내부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마감을 해야 하고가 (현행)법상으로는 현재 없는 상태예요.]

이번에도 취재진이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보일러를 불이 붙기 쉬운 벽에 설치할 경우, 방열재를 더 두껍게 발라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서초구청은 뒤늦게 시정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안감은 여전히 주민들의 몫입니다.

강릉 보일러 사고 이후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설치한 뒤에는 물론 설치하기 전부터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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