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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장난 장비에…농촌 곳곳 '재난 방송' 먹통

입력 2017-07-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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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철에 태풍이나 폭염, 호우 같은 자연 재해가 많이 찾아오지요. 이럴 때 농촌 마을에서는 방송 장비를 이용해서 정보를 전달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장비가 낡거나 고장 나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마을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마을입니다. 이곳 주변에서는요, 최근 내린 폭우로 차량 4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는데 이 마을 주민들한테는 주의하라는 안내조차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마을에 두 곳뿐인 저 방송 장비가 모두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승용차가 잠겼습니다.

흙탕물은 빠른 속도로 흐릅니다.

폭우가 쏟아진 열흘 전을 떠올리면 주민들은 아찔합니다.

[임강재/충남 천안시 입장면 호당1리 노인회장 : 저 위에서, 그것도 산사태라 물이 넘쳐서 이 동네 뒷밭을 전부 쓸다시피 했다고…]

그러나 70여 세대가 사는 이 마을에서 재난 안내를 받은 주민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올 초 수백만 원을 들여 고친 방송 장비가 또 다시 고장이 나 활용할 수 없었던 겁니다.

[임강재/충남 천안시 입장면 호당1리 노인회장 : 전부 노인네들이라, 전부 환자고. 그런데 (그런 주민들이)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이 방송이라도 잘 들리고 그래야지.]

폭염이나 호우 같은 자연재해가 예상될 경우 정부가 스마트폰으로 긴급재난문자를 전송하지만, 스마트폰이 없거나 문자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고령의 주민들은 마을 방송에 의존해야 합니다.

옥외 장비가 멀쩡해도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이 곳은 이틀 전에 옥외방송 장비를 수리하면서 지금은 방송이 잘 들어오는데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창문을 닫으면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파트처럼 집집마다 실내에 스피커를 설치해봤지만 이내 고장이 나면서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또 다른 마을도 해마다 먹통이 되는 스피커 때문에 1년 넘게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김영순/충남 천안시 입장면 기로1리 : 이 걸로 사는 거지. 노인네들 귀로 듣고 1년도 넘었어요. (방송이) 안 나온 지가, 고치면 안 나오고 고치면 안 나오고…]

이렇게 낡은 방송 장비를 고치거나 바꾸려면 많게는 30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지자체 지원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이성기/충남 천안시 입장면 기로1리 이장 : 시골에서 사실 26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거든요. 재난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말씀을 드려요.]

전국 농어촌 지역마다 보조받는 수준도 다릅니다.

충청도와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의 마을 13곳을 무작위로 골라 확인해보니 시나 농어촌공사, 한전에서 시범 사업 형태로 지원한 곳이 있는가 하면, 마을 자체적으로 해결한 곳도 있었습니다.

지자체는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거나 특별재난교부세를 받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천안시 관계자 : 담당하는 부처가 따로 있는 건 아니죠. 따로 그런 지원이나 법적 근거 같은 거는 없다고…]

지자체가 예산부담을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주민들의 근심과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인명을 지키려면 지금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화면제공 : 시청자 박성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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