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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주장 완장만 찼을 뿐인데…'180도 달라졌다'

입력 2013-07-21 16:11 수정 2013-07-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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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주장 완장만 찼을 뿐인데…'180도 달라졌다'


왕년의 주장(主將)이 주장감을 제대로 알아봤다. 2002 한·일 월드컵 캡틴으로 4강 신화를 썼던 홍명보(44)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주장으로 임명한 하대성(28·FC 서울)이 확 변했다. 주장이라는 직함을 얻자마자 제 실력을 발휘했다.

하대성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미드필더로 나와 90분 동안 풀타임 뛰며 활약했다. 하대성은 이상하게 대표팀만 가면 작아졌다. 하대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풀타임을 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소속팀 서울에서 붙박이 주전인 것과는 달랐다. 벤치에 앉아있거나 선발로 출전해도 후반에 교체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 하대성은 대표팀에 선발된 후 "이번이 사실상 국가대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간절함이 눈에 보였기 때문일까. 홍 감독은 하대성에게 주장직도 맡겼다. 하대성은 "감독님이 최고참을 주장으로 임명하면 오히려 더욱 부담감이 생긴다고 하더라. 나같이 중고참이 주장이 되면 최고참과 후배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주장 완장을 찬 하대성은 이날 다른 어떤 A매치보다 눈에 띄였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한국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역습이다. 한국은 그간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역습 한 방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하대성은 가끔 나오는 호주의 역습을 차단하고 바로 공격으로 연결해주는 등 평소보다 왕성하게 뛰어다녔다. 선수들도 다독이며 경기 중간 중간 홍 감독의 지시도 꼼꼼히 챙겼다.

하대성은 타고난 주장은 아니었다. 축구 인생에서 주장을 맡은 적은 지난 시즌이 처음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홍 감독과 같은 '중고참'이라는 이유로 하대성에게 주장을 맡겼다. 최 감독은 평소 묵묵하고 조용한 하대성이 고참을 잘 챙기고, 후배들의 고민을 잘 들어줄 거라 믿었다. 하대성은 나름대로 '주장이란 무엇인가' 깊이 있게 생각했다. 사적으로 많이 만나 친숙함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동료들에게 틈나는대로 밥을 샀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지난 시즌 연봉이 다 밥값으로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힘든 점도 있었다. 선수들의 마음은 하대성이 달랬지만, 주장 하대성의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그는 "고민이 있어도 털어놓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날 때도 화를 내지 못했다. 주장은 언제 어디서나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동안 진짜 주장이 된 그는 개인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그리고 이제 대표팀에서도 제 자리를 찾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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