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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지난 '아날로그 레이더' 쓰는 공군…3년간 27번 고장

입력 2019-10-17 23:20 수정 2019-10-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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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탐사 기획보도 있습니다. 전국의 공군 비행단 11군데에 설치된 항공관제레이더가 대부분 수명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장비인데, 오래되다 보니까 최근 3년 동안 27번이나 멈출 정도로 고장이 잦습니다. 더구나 80년대부터 설치한 아날로그 방식의 레이더여서 위험한 상황이 생겨도 자동으로 감지하지를 못합니다.

먼저 유선의 기자입니다.

[기자]

공군은 항공관제레이더를 대구와 광주비행단에 1986년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다른 비행단에도 차례로 9개를 더 설치했습니다.

항공관제레이더는 비행장 주변 약 100km 안쪽에 있는 항공기의 위치와 방향, 고도, 속도를 파악합니다.

관제사는 그 정보를 보고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고, 항공기 간 충돌을 막습니다.

이 레이더는 15년을 쓰면 수명이 다 합니다.

대구와 광주의 레이더는 18년 전인 2001년에 사용기한이 끝난 것입니다.

공군은 일부 부품을 교체해 수명을 9년 늘렸지만 이마저도 지난 상태입니다.

전국의 11개 레이더 전부가 최초 수명을 넘겼고, 공군이 늘린 수명도 대부분 끝났습니다.

고장도 많습니다. 

[현직 공군 관제사 : 한 달 전쯤에도 항적(항공기)들이 몰려 있을 때 갑자기 멈췄죠. 사고는 안 났지만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지난 3년여 동안 갑자기 멈춘 것만 27차례인데, 이제는 수리할 때 쓰는 부속도 단종돼 대체품을 쓰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레이더가 자동감지시스템이 없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관제사가 모니터를 24시간 보면서 항공기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직 공군 관제사 : 인력도 부족한데 계속 보고 있어야 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장비는 80~90년대 그대로인데 항적(항공기)은 계속 늘어나니까…]

미국과 일본 등은 2000년대부터 항공기 간격이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충돌 위험성을 알리는 디지털 레이더로 바꿨습니다.

우리 공군도 10여 년 전부터 레이더를 바꾸려 했지만, 방위사업청은 지금까지 교체를 미뤄 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방사청은 왜 수명이 지난 아날로그식 레이더를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있을까 취재진이 10여 년 전 레이더 교체 사업이 시작된 뒤에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문서위조라든가 기밀유출,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 같은 방산비리 의혹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합참과 공군이 새 레이더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은 2006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입니다.

합참의 의견을 전달받은 방사청은 레이더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방사청은 5년 뒤 돌연 '국내 방산업체에서 레이더를 사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167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이후 자체 감사 결과 실무자들이 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방산업체와의 유착 가능성, 기밀 유출에 대한 내부 고발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실무자를 경고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하고, 기무사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내 한 방산업체가 레이더 사업을 수주했지만, 2015년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이러자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2017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안보경영연구원에 사업 방향을 정해달라며 연구를 맡겼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참여 의사가 없다'면서 '외국 레이더를 수입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련 보고서에 언급된 국내 방산업체 3곳은 모두 JTBC에 '당시 연락받은 적이 없다'거나 '개발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후 연락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방사청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방위원) : 우리 방산업체를 통해 연구개발이나 구매가 가능한 사업이었는데 방사청이 사업 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전력화가 지연돼 결국 해외에서 구매하게 됐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10년 넘게 레이더 교체 사업이 왜 표류했는지 수사당국이 전면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료제공 : 국회 국방위 김병기 의원실) 
(영상디자인 : 박성현·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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