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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년째 '촛불'…또 겨울 맞은 '소수 농성자들'

입력 2016-11-29 22:11 수정 2016-11-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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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마다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지요. 대규모 촛불집회만큼 주목을 끌진 못하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내겠다며 몇년씩 길거리 장기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한번의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그들을 밀착카메라가 만났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은 촛불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 광장은 금세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수년 째 일상적으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서있는 광장 아래 지하철역에서도 4년 째 장애인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광화문역 한켠에 노란 리본이 달린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천막 앞에서는 장애인들이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입니다. 벌써 4년 째입니다.

[박경석 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부양 의무제를 폐지해달라는 요구를 가지고 지금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환경이 아니라 신체 특성만 보는 등급제가 문제라는 주장. 이 등급제를 고쳐달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건데, 날이 추워진 요즘 특히 장애인들의 불편은 큽니다.

[박경석 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장애를 입은 중증장애인들이 (천막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하루 빨리 이것이 해결돼서…]

광화문역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또 다른 농성 천막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1년째 지키고 있는 대학생들의 천막입니다.

이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폐지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물론 밤이면 난로로 겨우 버텨야 하고, 식사부터 화장실 문제까지 불편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현범/충북대 사회교육과 1학년 : 화장실 같은 건 주변 건물 이용하기도 하고 식사 같은 건 이제 여기에 꼭 사람이 한 명씩 있어야 돼요. 그래서 밥을 보통 여기서 먹어요.]

하지만 이렇게 추위 속에서 농성을 이어가면서도 먼저 챙긴 건 소녀상의 겨울 채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담요까지 덮고 있는 모습인데요. 모두 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소녀상을 위해서 놓고 간 물건들입니다.

화상경마장 개장에 반대하는 용산주민들도 벌써 천막에서 세번째 겨울을 맞았습니다.

[정방 공동대표/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 겨울은 너무 추워서 안에 있는 물이 더 얼고요. 여름에는 모기도 많이 있고 덥고 해서 비닐하우스에 있는 느낌이에요.]

평일에는 대기하다 화상경마장이 문을 여는 주말이면 영업시간에 맞춰 시위도 벌입니다.

[도박은 범죄다. 도박장을 철회하라.]

대기업 본사 건물 앞에서도 여·야 정당 사무실 앞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사계절을 거리에서 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또 한번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상수/반올림 : 되게 춥고 덥고 정말 힘든데 어쨌든 해결될 때까지 하고 싶다는 이런 생각이 계속 들고 있습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년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부부도 있습니다. 대학 강사 출신인 이들 부부는 비정규직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회복시켜달라며 오늘도 천막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인 두명이 겨우 누울 만한 천막 안엔 10년치 살림살이가 빼곡합니다.

[김영곤 대표/전국대학강사노조 : 견디기는 여름이 더 힘든데 몸이 상하는 것은 겨울이 더 상해요. 특히 저 양반 무릎도 아프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천막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김동애 본부장/대학교육 정상화투쟁본부 : (강사들이) 계속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알려지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제가 힘들고 어렵다고 그냥 집에 갈 수 있겠어요. 목숨을 바친 사람도 있는데…]

취재진이 찾은 천막의 대부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겨울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겠지만 이들의 봄은 아직 기약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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