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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 분식회계 공방…금감원이 친 '세 개의 허들'

입력 2018-05-25 15:19 수정 2018-05-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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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 분식회계 공방…금감원이 친 '세 개의 허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의 두번째 감리위가 오늘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는 시장은 물론 관가, 시민단체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미칠 파장이 단순한 한 기업의 회계부정 문제를 넘어서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후계 문제, 그리고 금융당국의 신뢰 문제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쟁점은 상당히 좁혀져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예정대로 다음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은 2015년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 3300억원이던 가치를 5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린 게 정당하느냐는 겁니다. 금감원은 1년여간의 특별감리를 통해 이 일련의 과정이 회계기준 위반에 해당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뒤 금융위 감리위원회에 상정했습니다.

관심은 이 과정에서 근거로 제시한 핵심적인 세가지 근거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뚫을 수 있느냐입니다.

금감원이 제시한 첫번째 근거는 이른바 '스모킹 건'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삼성은 당초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공동경영권(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문제의 회계장부를 작성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합작한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2015년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 의사를 물었지만 행사 조건을 두고 이견이 생긴 끝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합작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이를 근거로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으로부터 그런 의사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금감원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 근거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첫번째 근거를 반박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분식회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아닙니다. '국제회계기준 위반'이라는 두번째 '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가을 코스피 상장을 준비할 때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회계장부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건 국제회계기준에 위배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가을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하고, 대신 국내 코스피 상장을 택했습니다. 그 때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 의사를 다시 물었는데, 바이오젠이 이번엔 "행사할 의사가 있다"는 레터를 보내왔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국제회계기준상 공식문서로서의 효력이 없는 레터를 받은 것만으로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전환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더구나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율을 85%에서 91%로 높인 상황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마지막 세번째 '허들'은 자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3300억원이던 장부가치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해 5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금감원은 5조2000억원이란 가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이 시판 허가를 받아 가치가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시판이 그 정도로 가치를 부여할만한 호재가 아니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입니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파장이 불가피해보입니다. 특히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날 경우 그 파장은 삼성의 '승계 문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분식회계 의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 금융당국도 삼성측에 서 편의를 봐준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이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일 겁니다. 삼성이 금융위가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더라도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겠다며 미리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금감원은 투자자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는 것은 물론 감독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을 크게 잃게 됩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삼성과 금감원 중 어느 한 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외나무 다리 대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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