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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당번은 내 숙명" 박치국의 태극마크 적응기

입력 2018-08-21 06:02 수정 2018-08-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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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당번은 내 숙명" 박치국의 태극마크 적응기

"얼떨떨하지만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모든 게 신기해요."

두산 박치국(20)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아이스박스가 실린 수레의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그 박스 안에는 선배 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마셔야 할 물이 가득 차 있다.

박치국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지난해 두산에 입단한 뒤 줄곧 1군의 막내였던 터라 '아이스박스 운반'은 훈련 시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이달 초 후배 박신지(19)가 1군에 올라온 덕분에 겨우 물 당번에서 졸업했지만,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다시 같은 일을 맡게 됐다. 이번 대회 대표팀에 동기생 이정후(넥센)와 함께 막내로 합류해서다.
"물당번은 내 숙명" 박치국의 태극마크 적응기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끌고 다니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늘 하던 일이라 잘 옮기는 노하우를 안다"며 "선배님들이 언제든 차가운 물을 드실 수 있게 최대한 얼음이 녹거나 쏟아지지 않도록 잘 운반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치국에게는 행운이다. 프로 구단 입단 2년 만에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됐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인 두산에서 필승조 한 자리를 단단하게 꿰찬 덕분이다. 그는 "모든 게 다 새롭고 신기하다. 하나씩 전부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물당번은 내 숙명" 박치국의 태극마크 적응기

맞은편 더그아웃에서나 보던 다른 팀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 대표팀 투수 가운데 맏형인 정우람(한화)과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박치국은 "고등학교 때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하다 정우람 선배님과 함께 운동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좋아했고 만나고 싶었다"며 "내 잠버릇 탓에 선배님의 컨디션 조절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최대한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내가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이드암인 박종훈(SK)에게는 벌써부터 이것저것 묻고 있다. 박치국은 "박종훈 선배와 피칭 스타일이 비슷해 여러 가지 조언을 구했더니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많이 배웠다"며 "옆에서 훈련하는 모습이나 공을 던지는 모습을 찬찬히 보고 열심히 배우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몸은 고될지 몰라도 마음만은 풍족하다. 그는 "정말 (내가)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얼떨떨하다"며 "경기 도중에 중요한 역할은 다른 선배님들이 하실 테니 나는 나대로 경기장 안팎에서 주어진 역할에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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