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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약국 호객행위에…대형병원 주변 몸살

입력 2017-11-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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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출입구가 약국에서 나온 호객꾼들로 종일 혼잡을 빚고 있습니다. 환자를 태우고 이동할 승합차가 뒤엉키는 모습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불법 주정차 CCTV 단속 현수막이 걸린 도로 맞은 편으로 승합차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견인 지역이라고 적힌 2차선 도로 한켠은 아예 길게 늘어선 승합차들이 차지했습니다.

이곳은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입니다. 노선버스가 다니는 길목을 따라서 승합차 10여 대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고요. 특히 방문객들이 오가는 출입구 바로 앞에는 승합차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병원 출입구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환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뒤 손에 종이를 든 여성이 승합차에 올라타더니 곧이어 종이를 말아쥔 다른 여성은 또 다른 승합차를 타고 떠납니다.

[약국 가시나요? 약국은 안 가세요? 아 처음이세요. 처방전이 있으세요?]

처방전을 들고 나오는 환자들에게 접근해 약국까지 태워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는 겁니다.

잠시 망설이는 환자에게는 일단 차에 타라고 재촉합니다.

[가까워요. 빨리 가세요. 이리로 오세요. 일단 저희가 모셔드릴거니까.]

약을 사면 지하철역과 인근 버스터미널까지도 태워주겠다며 환자들을 유인합니다.

[동서울(종합터미널) 모셔드리고, 잠실도 모셔드리고, 천호도 모셔드리고, 여길 벗어나거나 하면 없을 수도 있어요, 약이.]

도로를 차지한 약국 승합차들로 뒤따르던 차량들은 중앙선을 넘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약국 밀집 지역까지는 약 800여m, 걸어서 10분 이상 가야하다 보니 약국들이 저마다 환자를 데려가려고 경쟁하면서 벌어진 모습입니다.

병원 앞에서 승합차를 뒤따라 가봤습니다.

거리로 나온 약국 주차 안내원들은 손님 끌기에 한창입니다.

약국 밀집 지역 도로변을 따라 이렇게 주차 안내원 10여 명이 호객행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카메라 바로 아래 사각지대로 차량을 유도하는가 하면요. 이렇게 트렁크를 열어놓고 대기 중인 차량도 볼 수가 있습니다.

아예 차량 앞 번호판을 몸으로 막고 서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약국 앞에 차가 멈춰서면 주차 안내원이 약이 나오는 동안 차를 다른곳으로 옮겨 줍니다.

단속 카메라를 피하려고 골목길로 차량이 몰리면서 바로 옆 주택가 골목길은 순식간에 혼잡해집니다.

[인근 주민 : 많이 돌아다녀요 차들이. 이게 골목이다 보니까 애들이 탁 튀어나왔을때 사고가 날 수도 있죠.]

이런 호객행위는 모두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되면 사흘간 영업정지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 대상입니다.

하지만 현장 적발이 어렵고 단속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계도조치에 그치고 있습니다.

[관할 보건소 관계자 : 약사법 시행규칙 44조 2항 2호 '소비자를 유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돼 있어요. 여기에 호객행위라는게 들어가있죠. 소비자를 부르는 행위가 다 호객행위에요.]

수년 전에도 약사와 약국 관계자 등 60명이 무더기로 입건됐지만, 불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약국 입장에서는 장기처방이 많은 대형병원 환자들은 곧 큰 수익으로 연결돼, 처벌의 위험성은 감수하는 겁니다.

[약국 관계자 : 약국이 (처방)일 수가 길수록 더 많이 남기는 해요. 조제료가 더 높게 돼 있어요. 한달 치가 10,900원이요. 딱 우리한테 남는 조제료요. 작은 병원들은 장기처방을 거의 안 하거든요.]

대형병원 인근 약국들의 호객 행위는 수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느슨한 단속이 계속되는 한 약국들의 환자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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