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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도매상 부도 '2차 피해' 현실화…출판업계 흔들

입력 2017-01-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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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문화계 전반이 크게 위축돼 있지요. 출판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얼마 전 국내 2위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나면서 영세서점과 출판사가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일 부도가 난 국내 출판도매 업체인 송인서적입니다.

창고 문이 굳게 잠겨있는데요. 송인서적 채권단과 함께 창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바삐 움직이던 컨베이어 벨트가 이렇게 멈춰 섰습니다. 전국 서점에 유통되지 못한 채 이곳에 보관된 책들만 모두 40여만 권에 이릅니다.

5900여㎡ 규모의 창고에는 갑작스레 운영이 중단된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동네 서점으로 배송하기 위해 분류해 놓은 책이 덩그러니 남아있고, 출간되자마자 유통망을 잃은 신간 서적은 빛도 못 본 채 창고에 쌓였습니다.

이 구역엔 독자들이 많이 찾는 책을 모아놨습니다. 이쪽을 보면 한 온라인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른 책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옆쪽에는 신간 서적도 있는데 이렇게 거래명세서도 남아있습니다. 발행일이 2017년 1월 2일인데 출판사에서 출고되자마자 전국 대형서점에 유통되지 못하고 이곳 창고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전국 서점에 유통하는 송인서적은 국내 서적 도매상의 한 축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서 인구가 줄고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 공세에 밀려 결국 100억 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했고 최종 부도처리 됐습니다.

현재 파악된 피해 출판사와 동네 서점만 모두 4000여 곳입니다.

[도진호/A 출판사 부장 : 조선소 하나가 힘들어지는 것과 같은 인원이거든요. 송인서적 부도 피해가 출판사와 기타 서점업계, 인쇄소, 제본소가 다 맞물려 있고요.]

이미 인쇄업체의 2차 피해는 현실화됐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인쇄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송인서적 어음만 1억 2000만 원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쇄 주문량도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홍사희/B 인쇄소 대표 : (예전에) 3000부 찍을 걸 2000부로 줄인다든지. 1000부라도 찍을걸 안 찍고 있다든지. 이런 건 눈에 보이게 나타나고 있죠.]

당장 유통망을 잃은 동네 서점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문인홍/C 서점 사장 : 전혀 몰랐죠. 책이 들어왔기 때문에, 부도난 거를. 그다음 날부터 책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뉴스에서 부도났다 알고. 송인서적에서 연락받은 건 없고…]

송인서적이 부도가 난 날 마지막으로 입고된 책들입니다. 그 이후 책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품하지 못한 재고 서적도 문제입니다. 이곳 서점만 피해액이 8000만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80억 원 규모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세워진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어서 현장에선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윤철호/한국출판인회의 회장 : 출판은 정부의 통제 대상이었어요. 내부적으로 블랙리스트 만들고 문화산업의 기반이 되는 출판산업 지원에 무신경하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네 서점과 영세 출판사의 위기는 당장 독자들이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산업이 흔들리면 우리 문화 전반에 그 파장이 미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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