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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시재생? 재개발?…갈림길 선 창신동

입력 2020-09-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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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시재생사업'이란 게 있습니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대신, 보존하면서 동네를 가꾸는 사업인데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사업 지역으로 지정돼서 2백억 원이 투입됐던 창신동에서 최근에 공공재개발을 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안 된단 입장인데, 일부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절개지 위아래로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 창신동의 '돌산마을'인데요.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으로 쓰였던 곳인데, 해방 이후 채석장 사용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문무현/골목길 해설사 : 여기 돌이 화강암으로서 제일이에요. 이 돌로 지은 것이 경성역, 지금으로 말하면 서울역입니다.]

아픈 역사를 품은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입니다.

[문무현/골목길 해설사 : 일본이 패망해서 그냥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기가 공터가 되어 버린 거예요. 전쟁 직후에 많은 사람이 올라오게 돼요. 잠잘 집들을 만들고 움막을 만든 것이 이 동네입니다.]

60년대 후반부터는 봉제 공장촌이 생겨났습니다.

평화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뉴타운 개발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 창신동도 대상 지역이 됐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뉴타운 지구는 해제됐습니다.

개발이 되면 살고 있는 주민 10명 중 8명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란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합의점을 찾은 게 '도시재생사업'이었습니다.

마을은 그대로 보존하되, 환경을 개선하고 거리를 가꾸자는 겁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정돼, 시비와 국비 등 200억여 원이 들어갔습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곳곳에 공원이 조성됐고, 이쪽에 보면 채석장 전망대도 생겼습니다.

안에는 카페도 마련됐는데요.

길가에 보면 지금도 도로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을 윗동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른 동네처럼 깔끔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실제 생활 환경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신겸/주민 : 이런 도로도 마찬가지지만 곳곳에 계단이 굉장히 많거든요. 유모차를 끌기 어렵습니다. 3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 세 군데가 없어졌다고.]

골목길로 들어와 봤습니다.

보다시피 굉장히 좁은데요.

바로 옆에 있는 계단도 경사가 가파릅니다.

불이 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입니다.

옆에 건물을 보실까요.

이 건물은 50년 넘게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양철산/주민 : 소방차는 생각도 못 하고 만약에 화재 사건이 났다고 하면 저기나 여기 놓고 호스를 내려와서 해야 하는데 굉장히 위험하고 열악하죠.]

아직 정화조가 없는 집도 있고,

[강대산/주민 : 푸세식입니다. 종로 한복판에 이런 데가 있는 데가 드물 거예요.]

이 때문에 공용 화장실을 쓰는 집들도 있다고 말합니다.

[유기성/주민 : 여기 올라와서 여기 쓰는 거예요, 몇 집 사람들이. 여기 주인은 안에 있고. 그래서 화장실 여기 하나 갖고 몇 사람 쓴다고.]

관광객들 보라고 만들어 놓은 전망대는 주민들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고도 털어놓습니다.

[강대선/주민 :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꼭 사파리에 동물을 쳐다보는 그런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 때문에 최근 공공재개발을 신청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도시재생 선도지역이란 점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지금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은 그 외에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에요.]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지금 현수막은 철거가 된 상황인데요.

일부 주민들은 도시 재생 선도지역이라는 이유로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배제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영복/주민 : 우리한테 뭐가 변화된 게 있느냐. 도시재생사업 일환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공공재개발에서 뺀다는 것은 너무 분하고. 현재까지 주민의 20%, 600명 정도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

[문선자/주민 :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면서 일을 차츰차츰 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골목길 지저분한 건 단장도 하고 꽃밭도 만들어 가면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공공재개발을 들고 나서신 분들이…]

세입자들의 경우 당장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이승종/주민 : 지금 여기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하면 절반 이상은 나가야 할걸.]

[김승완/주민 : 동대문 위주로 상권들의 봉제공장들인데 재개발하면 이 사람들이 어디로 갈 거예요? 재개발해서 아파트만 높이 닭장같이 지었다고 해서 상수는 아니잖아. 서로 상생을 해야 되잖아요.]

도시재생을 연장하느냐 아니면 재개발을 시작하느냐, 이곳 창신동은 또다시 갈림길에 섰습니다.

보존이든 개발이든 중요한 건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도시 속 공존의 가치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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