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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기문 사무총장 선거, 영국은 왜 반대했을까?

입력 2015-04-18 19:06 수정 2015-04-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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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기문 사무총장 선거, 영국은 왜 반대했을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반기문 당시 외교부장관의 당선을 측면 지원했다는 주장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광폭 인맥으로 유명한 성 전 회장이 해외에까지 손을 뻗어 궁긍적으로 반기문 사무총장 당선에 기여까지했느냐는 게 화제의 요지입니다.

당시 선거를 돌아볼까요. 유엔 사무총장 선거는 단일 후보가 나가 추인받는 형식입니다.

그 전에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의 예비 투표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발합니다.

2006년 당시엔 6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습니다.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암묵적 승인 분위기 속에서 주로 아시아 국가의 외교 부문 대표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한국의 반기문 외교부 장관,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공보담당 사무차장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 등이 유력 주자였죠.

예비 투표는 3차 투표까지 갔지만 단일 후보를 가려내지 못했습니다.

선두를 달리는 반 장관을 반대하는 1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표를 걸러내지 못하면 만장일치 정신의 사무총장 선거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차 투표 앞두고 반대표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찾아내기 위해 외교 총력전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선거에 관여했던 외교관은 확실하게 의사를 표시하던 중국이나 미국,일본과 달리 선거 현장에서 자국 위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 스탠스로 나오는 안보리 국가들의 표심을 뚫기 위해 피를 말렸다고 하는군요.

당시 반대표 한 표가 프랑스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근거는 대지 못하는 추정이었습니다. 외교부가 속이 탈만했지요.

반전의 계기는 3차례의 예비투표를 했지만 사무총장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스리랑카 대통령의 고문인 자얀타 다나팔라 유엔 군축 담당 사무차장이 전격 사퇴를 한 뒤 반 총장 지지를 선언한 겁니다.

반 장관은 다나팔라의 사퇴 직후 실시된 4차 투표에서 찬성 14표, 기권 1표로 사무총장 단일후보로 선출됐습니다.

투표가 끝난 뒤 은밀히 진행된 표 분석에서 영국이 그간 반대표를 던져왔던 것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이번 성 전 회장 사건을 취재하면서 확인하게 됐습니다.

영연방 국가인 스리랑카 후보의 사퇴와 영국의 반대표 철회는 순차적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추가 근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은 왜 반대를 했을까요.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다고 본 인도 후보를 밀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영연방 국가 후보의 선전 기회를 더 얻기 위해 반대표를 던졌던 걸까요.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스리랑카 후보의 사퇴와 반 장관 지지를 유도했다는 성 전 회장의 기여는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요.

물론 자연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성 전회장이 스리랑카에서 쌓은 비즈니스 실적을 엮어 '내가 스리랑카 대통령에 영향력을 행사해 후보 사퇴를 이끌었다'고 숟가락 얹기를 했을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 총장이 귀국 할 때마다 활동의 플랫폼이 성 전 회장이 조직한 충청포럼이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성 전 회장의 조직과 접목하는 데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 반 총장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내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주장하는 성 전회장의 체면을 챙겨주면서 반 총장도 국내 활동의 기반을 확보하는 이른바 주고받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성 전 회장 사건을 통해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의 내막이 일부 드러났다는 점에서 뉴스는 늘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JTBC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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