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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월호는 오히려 간섭 덜했다? KBS 보도국장 폭로 전말

입력 2014-05-13 11:32 수정 2014-05-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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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KBS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장직을 사퇴할테니, 길환영 사장도 자진 사퇴하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KBS 보도국장이 수많은 언론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사장을 비판하다니, 이유가 궁금했다. '사사건건 간섭'이란 문장 하나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정중히 물었다.

"사장이 이번 세월호 보도에 간섭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끊임없이 있었죠."

"어떤 식으로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 일일이 다 얘기를……"

기자회견에선 단 한 문장 뿐이었다.

"사장의 독단적 지시였나요?"

"그 정도 말하면 다 아는 것 아닙니까"

맥락상 이 말은 '누군가 더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더듬더듬 질문을 이어갔다.

"청와대나 이런 쪽(권력층)에서 (사장에 대해) 지시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직접 들으신 바가 있으신가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입니다."

"네?"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요."

김 국장은 이 대목을 두번이나 강조했다. 정말인가 싶어서 다시 물었다.

"(사장이) 청와대나 권력층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시는 건가요?"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고 안 그러겠어요?"


[취재수첩] 세월호는 오히려 간섭 덜했다? KBS 보도국장 폭로 전말


순간 머리가 '띵'했다. TV의 시대는 갔다고 하지만, KBS 9시 뉴스는 여전히 2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런데 현직 KBS 보도국장이 "사장이 보도를 통제했고, 그 뒤에는 권력층이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혹시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내뱉은 실언이 아닐까. 그래서 또 물었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파장이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뉴스나 기사에 나간다면 하고 싶으신 말은 없으신지요?"

"KBS는 공영방송 아닙니까.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본부장에 일임하고, 보도본부장의 임기가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그리고 KBS 사장도 단임제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더 이상 못하니까 사장이 소신있게 할 수 있거든요"

단호한 어투였다. 결국 KBS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죠. 사장을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는 없죠. 국민의 방송이니까. 그런데 연임 제도 때문에 사장이 계속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되겠죠"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보도를 통제하고 간섭한다는 뜻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간섭한 걸까? 당초 전화를 건 목적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일련의 KBS 세월호 보도가 전부 사장 지시라고 보면 됩니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아, 세월호요? 그건 '그 사람'들이 워낙 큰 사건이면 잘 지시를 못합니다. (세월호도) 많은 개입을 했지만 그래도 막아낼 부분이 있는데, 작은 부분은 개입이 훨씬 심하죠. 훨씬 더……"

세월호는 오히려 간섭이 덜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사장'이 아닌 '그 사람들'이란 단어를 썼다. 여기서 그 사람들은 누굴까.

"그럼 세월호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개입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구체적인 대답이 나왔다.

"윤창중 사건을 톱으로 보도하지 말자고 얘기한 '사람'도 있어요."

여기서의 그 사람은? 이번엔 콕 집어 물어봤다.

"사장이 직접요?"

"그렇죠."

"윤창중 사건을 리포트하지 말라고요?"

"아니요. 톱뉴스로 하지 말자고."

실제로 KBS는 '윤창중 성추문' 사건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해 5월 15일, 관련 리포트 한 개를 순서상 네번째로 편성했다. 반면, 같은 날 MBC와 SBS는 톱뉴스를 포함해 5개 리포트를 연달아 보도했다. 당시 KBS 새노조는 "KBS가 윤창중 보도를 축소해, 물타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 국장은 기자회견 때보다 훨씬 강도 높게 사장을 비판했다.

"저런 가치관을 지니신 분이 사장을 하면 안 되죠. 언론이라면 언론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고."

김 국장의 폭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지만, 길환영 사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JTBC 정치부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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