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가 이렇게 평일에 쉰 건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택배노동자인 한 가족도 20년 만에 다 같이 여행을 갔는데요. 마냥 기쁠 수 만은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조소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평소엔 아버지와 아들 두 택배노동자의 출근 준비로 바빴다면 오늘 아침은 달랐습니다.
[유재윤/택배노동자 : 가족여행으로는 처음인 것 같고요. 가족이 한꺼번에 가게 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택배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첫 평일 휴일, 유씨 가족은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합니다.
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가 땀을 식힙니다.
아버지 유성욱 씨는 10년 차 택배노동자, 아들 유재윤 씨도 아버지를 따라 같은 일에 뛰어든 지 3년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주 6일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나면 지쳐 주말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유재윤/택배노동자 : (주말에) 집에 오면 무조건 자게 되고, 코로나 터지니까 물량도 늘어나 버리니까 더 몸에 부담이…]
유씨는 택배 없는 날이 하루 쉰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유성욱/택배노동자 : 오늘 첫 휴가가 노동자로서 첫 대우를 받는 첫 출발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고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배송해야 할 택배 물량만 생각하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유성욱/택배노동자 : 하루 쉬게 되면 그다음 날 두 배 일해야 해서. 현장에 돌아가면 물량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거고요.]
택배노동자들은 보여주기식 하루 이벤트가 아닌 근본적인 구조개편을 주장합니다.
[김세규/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국장 : 장시간 노동의 핵심 문제인 분류작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해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