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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눈이 부시게'

입력 2019-03-20 21:35 수정 2019-03-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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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의 마지막 챕터일지도 모르는데 잘 여미게 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70대 후반의 노배우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오래전 무하마드 알리가 서울에 와서 방송사를 방문했을 때 모두가 그를 반겼으나 혼자 시큰둥해서 오히려 찬사를 받았던 사람…

"저 사람이 알리구나…그냥 툇마루에 앉아 있었죠 뭐…"
 - 김혜자 배우, 2014년 12월 18일 JTBC '뉴스룸'

그 일화에 대해 훗날 '그이가 누군지 잘 몰랐을 뿐이었다' 라는 시크한 대답을 돌려줬던 사람…

오래된 농촌드라마를 통해 요즘은 흔하게 붙는 '국민엄마'라는 애칭을 아마도 가장 처음으로 들었던 사람…

그리고 어느 날 시계를 잘못 돌려 칠십대 노인이 되어버린 스물다섯 살의 그…

사람들은, 나이든 혜자가 자글자글한 주름과, 삐걱이는 관절 대신 반짝이는 청춘의 일상을 되찾게 되기를 기대하고 기다렸지요. 그러나…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그 모든 베일이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늙음에 대해, 주어진 시간에 대해,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 보다 전에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 그 병은 회자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나의 늙음이 죄가 아니라고 했던 또 다른 영화 속 대사처럼 늙음을 마치 형벌과도 같이 여기며 뒤로 내쳐버리고자 했던 세상…

그러나 모두에게는 언젠가 눈부신 젊음이 존재했으며 설사 그 반짝임을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오늘의 삶은…

늘 눈이 부신 시간이라는 잠언적인 메시지는 주름진 배우의 아름다운 연기를 통해 스미듯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모든 고민과 함께 절망하던 이들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배우의 마지막 위안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때로는 드라마 한 편이 백 번 천 번의 뉴스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깊이 생각하게 해주고 그것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한다는 말에 동의하며…

배우 한지민 씨가 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배우 김혜자 씨에 대한 헌사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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