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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분노·박탈감…'2030'은 왜 촛불을 들었나

입력 2016-11-23 22:25 수정 2016-11-2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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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도해드린 대로 오는 26일 서울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있지요. 지난 세 차례 촛불집회에선 2030세대, 그러니까 20대와 30대 참가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요. 일반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인식돼온 2030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를 밀착카메라가 들어봤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2030세대의 참여는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 국면의 커다란 동력입니다.

이들은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광장을 지켰습니다.

그동안은 선거 때마다 투표율 꼴찌와 그 바로 위였던 세대.

현실 정치에 무관심하단 소리를 들어온 2030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는 뭘까.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집회에 참여했다는 20대 대학생들은 이번 국면에서 드러난 터무니 없는 각종 특혜에 특히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오수영/중앙대 공공인재학부 4학년 : (고등학교 때) 진짜 생리통때문에 힘든 날도 그거 참고 학교에 꼭 갔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17일 갈까 말까 하는데도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서 대학까지 들어갔다는 이런 거를 알게 된 순간 좌절감도 느끼고 화도 나고…]

대통령의 모교 재학생들도 하야를 촉구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임준성/서강대 경영학과 1학년 : 이런 상황에서 약간 이제 불을 붙인 거 같아요. 그 사건이요. 그 사람들의 엄청난 특혜, 너무 편하게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부분에서 저희 세대가 되게 공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교내 게시판에는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벽보가 곳곳에 붙어 있는데요. 동맹휴업을 권유하는 내용도 볼 수 있고요.

또 이쪽에는 대통령의 모교인 만큼 '진리에 순종하라'는 대학의 교훈을 이용해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정유라 씨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 큰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화여대생들은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최다혜/이화여대 보건관리학과 4학년 : 이렇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참 많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요.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일이 이렇게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서올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른바 공시족들은 이런 박탈감을 보다 강하게 토로했습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 진짜 법이 맞는 건가. 배우면서도 의문 남죠. 저희 집이 3남매인데 솔직히 한 달에 용돈 1인당 30만원 받는데도 눈치 보이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공시족 중에서 당장 코앞에 닥친 시험 때문에 촛불집회에 나가지 못한 한 수험생은 죄책감까지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 더 많이 분노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죠. 시험이 일주일밖에 안남아서 못 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도 같이 동참해야 하는데…]

오후 6시 서울 여의도에서 30대 직장인들이 촛불을 밝혔습니다. 주말집회에만 그치지 않고 퇴근길에 '번개 집회'를 연 겁니다.

체감 온도 영하 1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몇몇 젊은 직장인들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갖고 있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 직접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김태복/서울 홍은동 : 저희 아버지가 강원도 속초 사시는데 청소부를 하셨어요. 지금도 일용직 용역을 다니시면서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이렇게 열심히 사시면 될 수 있다는 걸 보고 사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보면 전혀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사회 같습니다.]

30대들도 앞서 만난 20대들 만큼이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최순실 씨 국정개입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층의 특혜와 불법은 매일 불평등과 무력감에 좌절하고 있는 2030세대를 흔들어 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의 2030들은 4주 연속 이번주 토요일에도 광화문 광장에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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