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팩트체크] 이름 지을 수 있는 한자 제한, 정당한가?

입력 2014-10-21 22:12 수정 2014-10-21 23:1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사회적 이슈가 된 내용, 중요한 인물들의 발언을 심층적으로 파헤쳐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한자가 법으로 정해져 있죠. 아무 한자나 쓸 수 없다는 거잖아요?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쓸 수 있던 한자가 5761자. 그러면 이미 웬만한 한자는 다 들어갔다고 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 이름을 한번 보시면요.

'성 김'에, '별 규'자 까지는 잘 아실 텐데, 가운데 있는 '필'자 아마 낯서실 겁니다.

[앵커]

'불 활활 탈 필'자 인가요? 낯설긴 낯서네요.

[기자]

이게 인명용 한자에 없는 글자여서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에 가면 이름 설명할 때 꼭 '불화 변에 마칠 필자 씁니다' 이렇게 부연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문서에서도 金필奎 이렇게 한글과 혼용해 적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공문서에 이렇게 한자가 안 들어가고 가운데만 한글로 필자가 들어가 적힙니까? 유쾌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자기 이름이 저렇게 적히니까… 근데 대법원에서 이렇게 인명용 한자를 따로 정해 놓은 이유가 뭡니까?

[기자]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인데요, 호적업무를 전산화하면서 이런 기준이 처음 나왔습니다.

통상 사용되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쓰면 사회생활할 때 모두가 불편을 겪는다, 또 子의 복지를 해친다, 그러니까 자식이 놀림당한다, 이런 이유로 인명용 한자를 2,731자로 제한을 한 겁니다.

당시에도 국민의 작명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반발이 심했는데요, 그 이후 조금씩 계속 늘려와서, 이번에 2,000여 자를 추가해 이제 8,142자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앵커]

늘어나긴 늘어났는데 여전히 제한은 되어 있는 거군요. 기준이 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니까요. 기준이 뭡니까?

[기자]

처음에 정할 때는 서울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이름으로 많이 사용된 한자를 참고했고요, 또 족보제작 업체에 가서 안 쓰는 한자는 빼내고,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보통 KS마크라고 하는 한국산업규격으로 지정된 한자를 인명용 한자에 대거 포함시킨 겁니다.

그동안 이렇게 포함된 한자가 지금 보시는 것처럼 죽을 사자, 배설물 시, 무덤 묘자도 있고, 이렇게 정말로 이름에 쓸 수 없는 한자들도 포함됐습니다.

[앵커]

전부 살벌한 내용들밖에 없는데 이거는 이름에 써도 된다고 풀어주었다는 얘기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인명용 한자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재밌는 것들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이런 괴상한 이름도 가능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주어진 대로 짓다 보면 이런 이상한 이름도 나올 수 있다, 그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놀림당할 것을 우려해서 짓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오히려 이상한 글자들이 포함돼 있네요. 김필규 기자 이름의 '불 활활 탈 필'자는 이번에 포함이 됐습니까?

[기자]

이번에 추가된 한자는 대법원 홈페이지 입법예고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저도 자료 받아서 꼼꼼히 살펴봤는데… 안타깝게 아직도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되느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현재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이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대법원 관계자 : 개명신고, 개명을 거쳐서 한자 이름을 바꿀 수가 있습니다. 현재 한글이름으로 돼 있다고 보고요. 한글이름에 한자를 추가하게 된다, 추가하게 되면 개명 절차를 취하시면 되고. 등록 기준지라든가 주소지 관할 가정 법원에 신청하시면 금방 바꿔줍니다.]

[앵커]

듣고 보니 뭐 이렇게 복잡합니까. 그냥 대법원이 정해준 대로 하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반발하는 사람도 꽤 될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현재 가장 큰 한자사전인 '한어대자전'에 실린 한자가 5만 자가 넘습니다.

대법원에선 이걸 어떻게 다 허용하느냐, 표준화 안 된 글자도 많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지금 컴퓨터 프로그램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는 한자가 7만 자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90년대에 느꼈던 기술적인 한계는 사라진 상태죠.

이게 바로 불필요한 규제라고 해서 2년 전에 민현주 의원실에서 이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는데요, 대법원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앵커]

그동안은 어땠습니까? 당사자 입장에서 놓고 볼 때, 김필규 기자는 많이 불편했습니까?

[기자]

사실 인명용 한자에 없는 이름이라고, 살아가는 데에 특별한 불편함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보시는 것처럼 원하는 한자로 이름 짓고 싶어하는 분들 많고요, 그 민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꼭 제 이름이 이번 추가분에 못들어가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그동안 있던 이런 규제들, 혹시 관성적으로 가져온 불필요한 것들은 아니었는지 이참에 한번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잘 듣긴 들었는데 이번 아이템은 아무래도 김필규 기자의 민원용 아이템 같기도 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관련기사

[팩트체크] '수능오류 판결' 1만 8천 수험생, 구제 가능한가? [팩트체크] 전세살이, 장관의 인식…'악화되지 않았다?' [팩트체크] 국감서 쏟아진 '충격' 고발…모두 사실일까? [팩트체크] "신체접촉은 위험"…에볼라 공포 진실검증 [팩트체크] 빚더미 도로공사, 통행료 인상만이 정답?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