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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본 안보법안 처리 여부에 '시선 집중'

입력 2015-09-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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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하는 일본의 안전보장 관련 법안 처리가 18일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안보법안 처리와 관련해 "청와대는 반응을 내지 않는다'며 "외교부에서 반응이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공격 당하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담은 평화헌법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자국이 공격 당하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집단적 자위권 도입으로 평화헌법의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다.

전날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이 참의원(상원) 특별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안보법안은 바로 이 집단적 자위권 제한을 철폐하기 위한 11개 제·개정안을 의미한다.

이에 일본 민주당 등 야당은 내각 불신임 결의안, 아베 총리 문책 결의안 등을 이미 제출하거나 제출하기로 하는 등 안보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연립여당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다.

이날 안보법안이 통과되면 평화헌법은 무력화되고 일본은 패전 이후 70년 만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그동안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유지해 오던 '원보이스(one voice·한 목소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외교부를 통한 입장 발표로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청와대는 일본 의회의 의석 분포와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 대한 아베 내각의 강력한 열망 등을 고려해 이미 안보법안 통과가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외교부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외교부가 안보법안 처리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그간 한·일 및 한·미·일 협의 등 계기시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 계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시 합의한 실무 협의체를 통해 이런 입장에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의 변경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여러 나라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 중인 것을 주목하고,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의 지지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정책을 지양하고 평화헌법에 보다 부응하는 방향으로 방위안보정책을 투명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시 주석과 함께 내놓았다.

청와대에서도 일본 안보법안 통과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활동하려면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다는 것만으로도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일 국방장관이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지역 파병시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 이번 안보법안 처리가 아베 내각 우경화 행보의 화룡점정이라는 점에서 국민정서를 감안해 강경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올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을 열기로 한 상황에서 강경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을 키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정체 상태에 있는 대일(對日) 외교를 풀 실마리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찾는다는 복안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서울 회의가 무산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왔고 지난 9월 초 방중에서 회의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환영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안보법안이 참의원 특별위를 통과한 데 대해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이 지역과 국제적인 안전보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 맡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국방비를 분담하기 위한 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10월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조야(朝野)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관을 불편하게 바라본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안보법안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중국, 북한 등 동북아 외교지형에 가져올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절제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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