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기탁금 1억2000만원에 대해 "아내의 대여금고에서 나온 비자금"이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 검찰은 "1억2000만원 하고는 상관없이 홍 지사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고(故)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홍 지사가 부인의 대여금고를 특정한 것에 대해 또 다른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정자법상 제3자가 아닌 부인 등 친족이 준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1일 홍 지사의 기자 간담회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1억원 수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당 대표 경선 당시 신고한 기탁금의 규모와 자금 조성 경위, 사용 내역 등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금품이 전달됐다는 시기와 장소, 상황 등을 완벽하게 복원한 만큼 홍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자법 위반의 경우 돈을 주고 받은 것과 관련한 정황이나 진술, 관련 증거들이 확실할 경우 사용처 등을 굳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실제로 1억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수사"라며 "홍 지사가 실제 경선 당시 얼마를 썼는지, 선거 자금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등은 검찰의 관심 사안도 아니고 수사팀이 밝힐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은 견고하고 세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팀의 혹독한 검증을 거친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홍 지사의 변명 가운데 어떤 말을 더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검찰은 홍 지사가 언급한 대여금고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상 대여금고에는 현금을 보관하지 않는 데다, 부인의 대여금고라고 특정한 것 역시 또 다른 정자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는 것이다.
홍 지사가 국회 대책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줬다고 해명한 것 역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의 주장은 그 동안의 수사 상황과 전달자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거액의 돈을 받았을 당시 출처를 몰랐던 점도 의문이지만 그 많은 돈을 현금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찾아온 것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1억2000만원을 부인 대여금고에서 가져왔다는 주장이 진실일지라도 윤 전 부사장과 홍 지사를 놓고 봤을 때 실제 경선에서 쓴 돈이 얼마인지를 홍 지사가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인이 몇년 동안 모은 것이라고 할 게 아니라 현금이 얼마 있었는데 그게 가계부상으로는 얼마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5년 10여 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며 벌었던 돈 일부를 아내가 비자금으로 모았다"며 "(아내가) 대여금고에 모은 3억원 중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어줘서 기탁금을 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또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매달 받은 4000만∼5000만원의 국회 대책비 중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며 "국회 대책비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장로서의 직책 수당 성격의 돈이 있다. 직책 수당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아내에게 가끔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 대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