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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다 죽는데 어쩌나…" 기름 덮여 막막한 여수신덕마을

입력 2014-02-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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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다 죽는데 어쩌나…" 기름 덮여 막막한 여수신덕마을


"바지락은 이제 못씁니다. 내다 팔 수도 없고 더 자라지도 않을 겁니다"

설날 아침 갑작스러운 기름유출 사고로 마을 앞 갯가가 기름 범벅이 된 전남 여수시 신덕 마을 주민들은 사고 이틀이 지난 2일 명절도 잊은 채 갯닦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해변에서 4㎞남짓 떨어진 여수시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해도 기름이 마을을 뒤덮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바람을 타고 날아온 역한 냄새와 밤사이 조류를 타고 마을로 닥친 기름으로 마을앞 포구와 해변은 죽음의 바다가 됐다.

마을 주민들은 바지락과 해조류를 수확했던 마을공동어장 120.8㏊중 기름으로 범벅이된 일부는 앞으로 수년 동안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답답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미역과 파래, 톳을 채취하던 갯가 바위틈과 자갈밭도 검게 변해 해조류 채취는 아예 포기해야 할 판이다.

신덕마을 어촌계장 김정기씨는 "지난해 공동어장에 바지락 종패를 넣고 수확할 때를 기다렸으나 이번 사고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

한 마을 주민은 "지난해 바지락 종패만 7000만~8000만원상당을 뿌렸으며 2~3년 후 수확하면 수익도 좋을 것인데 건질게 없게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해조류를 채취가 그나마 수입원이었던 마을 할머니들은 갯가 검은 바위를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김재엽(71·여)씨는 검은 바위틈을 손으로 가리키며 "툭하면 기름이 침범해 몇 년 동안 갯가를 보호하느라 정성을 들였는데, 또 기름밭이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 할머니는 몇 해 전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당한 뒤 온 마을 주민들이 노력해 마을 공동어장을 가꿨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던 것이다.

곽삼덕(76·여)씨도 "수십년간 갯가를 터전으로 살았는데 이렇게 시커멓게 변해 파래, 미역이 붙지 않을 것"이라며 "살아생전에 옛날 바다를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연석(76)씨는 "툭하면 기름유출 사고가 나 산단 옆에 사는 주민들이 고생"이라며 "언제까지 불안 속에 살아야 하는지 누가 대답좀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마을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기름 냄새로 구토 증상이 생기면서 병원을 찾는 등 고통 속에도 방제 작업을 도왔다.

그러다가 사고를 낸 선박과 여수산단 회사가 유출 기름의 종류와 유출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며 1일 오후 방제작업 중단하고 한때 철수하기도 했다.

자세한 유출량과 피해 상황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2일 오전 갯닦기 작업은 원활히 진행됐다.

김정기 어촌계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방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상 문제나 주민요구는 아직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공동어장 중 기름이 직접 닿은 패류는 다 죽겠지만 일부 물에 잠겨 있는 패류가 있고 추후 보상도 따르면 250여 가구 700여명의 주민들의 생계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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