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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잿더미로…"엉덩이 하나 들이밀 곳 안 남아"

입력 2022-03-14 20:27 수정 2022-03-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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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3시간 동안 이어지며 가장 오랫동안 탄 걸로 기록된 울진 삼척산불이 어제(13일) 꺼졌습니다. 서울 면적의 1/3을 태워서 피해 면적도 역대 가장 넓습니다. 살 집도, 농사지을 터전도 모두 타버린 이재민들은 앞으로가 더 막막합니다.

윤두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산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지은 지 110년, 시집오고 63년 동안 살아온 집이 모두 타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박화자/경북 울진군 북면 : 타도 타도 이렇게 어떻게 타겠어요? 엉덩이도 하나 들이밀 곳이 안 남았어요.]

피해조사팀이 이런 집들을 한 집 한 집 찾아다닙니다.

울진에서만 주택 315채가 불에 탔습니다.

창고나 비닐하우스 등 피해를 본 곳은 700여 곳.

피해 면적도 넓어 한동안 복구는커녕 조사만 해야 합니다.

[배경환/경북 울진군 산불피해조사팀 : 피해 동수가 워낙 많아요. 조사하는 인력도 부족하고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됩니다.]

당장 이재민 195가구는 임시주거시설에서 살아야 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보상 문제가 남습니다.

[박익렬/경북 울진군 북면 : 보상금 1600만원 나와서 다시 인허가 받는데 설계사무소 선정하면 그것만 해도 400만~500만원이 들어가요. 그러면 뭘 가지고 건축을 하겠어요?]

표고버섯 종균을 심어놓은 원목도 숯덩이가 됐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원목도 멀쩡해 보이지만, 매캐한 연기가 스치고 가 모두 폐기해야 합니다.

한창 수확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뒷산 송이밭도 모두 불에 탔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은 표고를 그리고 30년 동안은 송이를 채취할 수 없게 됐습니다.

[김진오/표고버섯·송이버섯 농사 : 송이도 없고 하니 (표고농사를) 무조건 내년엔 해야 해요.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해요. 이것밖에 할 게 없고…]

화마가 이렇게 클지 몰랐던 농민들은 씨를 뿌릴 봄만 기다렸습니다.

종자와 비료를 겨우내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뒀는데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됐습니다.

폭삭 내려앉은 창고 안에는 새카맣게 타버린 감자가 있습니다.

3월, 지금 딱 심으려고 저장해 둔 감자 종자입니다.

[김진기/경북 울진군 북면 : 농사는 해야 되는데 타버리고 없는 걸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이고, 여기에 와서 이걸 보면 눈물이 나요.]

울진엔 오늘도 비가 와서 산불이 다시 날 가능성은 더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진화대원 등 180여 명이 현장에서 헬기와 열화상 드론과 함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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