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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어려운 공보물, 계단 위 투표소…장애인 유권자 한숨

입력 2022-03-07 20:41 수정 2022-03-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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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 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매번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장애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오늘(7일)은 제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입니다.

제 뒤로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데요.

제도가 조금씩 보완돼왔지만,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투표용지부터 문제입니다.

[문윤경/한국피플퍼스트 대표 : 후보자 사진과 정당의 로고, 색깔이 들어간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우리 발달장애인들도 쉽게 내가 찍을 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유권자 송지연 씨, 투표를 10번 가까이 해봤는데도 걱정이 앞섭니다.

[송지연/발달장애인 유권자 : 도장 찍을 때 손 떨림이 있어서 조금 어렵더라고요. 찍었는데 이게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투표소에서도 도움이 필요합니다.

[(봉투에 넣고 스티커 뜯어서…) 스티커 조금 떼어주시면 안 돼요? (떼어드릴게요, 그러면.)]

무사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송지연/발달장애인 유권자 : 투표 중간에 이 사람이 맞나, 갑자기 글씨만 보다 보니까. 그래서 그림 투표용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이 공보물에는 각 후보자 정보나 공약을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 공보물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장애인 활동가들과 공약집을 읽어봤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요? 고용 기회 확대.) 확대라는 건 때리고 뭐라고 하는 거잖아요.]

[('학대'도 있고, 이건 '확대'예요.) 이게 조금 구별이 잘 안 되네요.]

[김대범/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 그것도 어렵더라고요. LTV. HDTV처럼 새로 나온 TV인 줄 알았어요. LH 임대주택 신청하면 TV도 주는 건가.]

한 사회적 기업은 쉬운 공약집을 만들었습니다.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 호 이상 공급"과 같은 문구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집을 250만 개 이상 만들게요"로 알기 쉽게 바뀌었습니다.

[김수원/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 영국이나 이런 데서는 '이지 리드'(Easy Read)라고 하는 것을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주게 돼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배포하는 것 자체가 불법…]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투표소는 1층, 아니면 승강기가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을 때는 그러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도 있는데요.

제 뒤에 있는 투표소도 2층에 기표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뇌병변장애인 유권자 이현숙 씨와 이런 투표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기표소가 2층에 있어서 1층에서 안내 도와드릴게요. 신분증 먼저 주시겠어요?]

관계자가 투표용지를 가지고 내려옵니다.

[(도장 찍으시는 거 괜찮으세요?) 네.]

1층에 따로 있는 기표소 안에서 직접 투표했지만 계단을 올라갈 수 없어 관계자에게 용지를 맡겨야 합니다.

[이현숙/뇌병변장애인 유권자 : 내가 찍었으니까 내가 넣고 싶죠.]

전국 사전투표소 214곳, 대선 당일 투표소 124곳이 같은 상황입니다.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제대로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 장애인들은 스무 번째 대선에서도 이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선거, 언제쯤 가능할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강한결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남궁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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